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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 51분-진안 410분… 시군구 절반이상 ‘골든타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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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 51분-진안 410분… 시군구 절반이상 ‘골든타임 사각지대’

조건희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18-09-05 03:00수정 2018-09-0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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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골든타임 2시간]응급실 도착시간 최대 8배差
#장면1. 강원의 한 농촌 지역에 사는 A 씨(73)는 지난해 5월 갑자기 가슴을 움켜쥔 채 쓰러졌다. 심장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심장 근육의 조직이나 세포가 죽는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첫 번째 병원에선 원인을 찾지 못했다. 두 번째 병원에선 진단은 했지만 시술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차로 2시간 거리인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권역센터)로 옮겼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넘겨 심장 조직이 괴사한 상태였다. A 씨는 현재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지내고 있다.

#장면2. 대전 시내에 사는 B 씨(76)는 달랐다. A 씨처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가족이 심근경색을 의심해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곧장 권역센터로 이송된 B 씨는 쓰러진 지 1시간 반 만에 막힌 혈관을 뚫었고, 일주일 후 걸어서 퇴원할 정도로 회복할 수 있었다.

○ 응급실 이송 시간 지역별로 8배 차이
A 씨와 B 씨의 여생을 좌우한 결정적인 차이는 ‘골든타임’이다. 급성 심근경색은 발병 후 늦어도 2시간, 뇌경색은 3시간 안에 관련 시술이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에 도착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황진용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016년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분석해 보니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이동 소요 시간이 2시간을 초과한 지역이 전국 시군구 252곳(구가 있는 도시는 구별 집계) 중 139곳(55.2%)에 달했다. 골든타임 내에 응급실에 도착한 지역은 44.8%로 절반에 못 미쳤다.


이송 시간에는 발견이 늦어 신고가 지체되거나 전문성이 없는 일반병원에 들러 허비하는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병원이 멀어서다. 6시간 50분으로 전국에서 이송 시간이 제일 긴 전북 진안군에서 가장 가까운 전북권역센터(익산 원광대병원)까지의 거리는 75km다. 차로 1시간 10분이 걸린다. 발견이 조금만 늦어도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도착하는 게 쉽지 않다. 강원 고성군(이송 시간 5시간 32분)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혈관을 넓히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2시간 거리 안에 1곳도 없다.

반면 의료 인프라가 풍부한 곳에선 환자가 2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할 가능성이 높다. 충남권역센터로부터 30분 떨어진 충남 계룡시는 이송 시간이 51분으로 가장 짧았다. 이송 시간이 1시간인 경기 의왕시는 20분 거리 안에 대학병원 4곳이 있다.

급성 질환이 생겼을 때 환자나 가족이 증상을 일찍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하는 비율도 지역 차가 컸다. 황 교수에 따르면 환자가 응급실에 오기 전 자신이 급성 심근경색임을 인지한 비율은 인천이 25.1%인 반면 경남은 2.7%에 불과했다.

○ “사각지대 없애고 이송 체계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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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4일 이처럼 심각한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뇌심혈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제1차(2018∼2022년) 심뇌혈관질환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전국 11곳뿐인 권역센터를 14곳으로 늘리고, 사각지대를 보완할 지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치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골든타임 준수율이 낮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종합병원을 선별해 응급시술 장비 및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권역센터 확대뿐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는 이송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병원장(심장내과 교수)은 “뇌심혈관 전문병원과 가까운 곳에서 환자가 발생해도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더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이송될 때가 있다”며 “병원과 119 구급대 사이의 소통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이미 시술을 마친 환자의 후유증을 낮출 수 있도록 조기 재활을 도울 ‘재활상담소’(가칭)와 관련 인식을 높일 ‘심뇌혈관 종합 포털사이트’도 운영할 방침이다. 심혈관 환자가 주 3회 이상 재활치료에 참여하면 재활치료를 받지 않을 때보다 사망률이 47% 줄어든다. 심근경색 재발 가능성도 31%나 낮아지지만 지난해 재활 참여율은 40% 수준에 불과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하경 기자
#응급실 도착시간#골든타임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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