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의 잡학사전]기차와 지하철은 통행방향이 왜 반대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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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정말입니다. ‘기차는 좌측통행, 지하철은 우측통행’이 기본입니다.

국유철도운전규칙 제32조에는 ‘한 쌍의 선로에 있어서 열차의 진로는 좌측으로 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반면 도시철도건설규칙 제5조는 ‘열차의 운전 진로는 오른쪽으로 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지하철은 물론 자동차도 모두 오른쪽으로 다니는데 기차만 왼쪽으로 다니는 건 일제강점기 때 철도 노선을 짓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차량이 왼쪽 차선으로 다니는 거 알고 계시죠?

국유철도운전규칙에 따라 왼쪽 선로를 달리고 있는 KTX.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국유철도운전규칙에 따라 왼쪽 선로를 달리고 있는 KTX. 한국철도시설공단 제공

맞습니다. 지하철 중에서 서울지하철 1호선은 예외입니다. 1호선은 왼쪽으로 다닙니다. 제일 먼저 지은 지하철 노선이 이 규칙을 어긴 건 경인·경부선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국철’이라고 부르던 그 노선입니다. 같은 철로를 이용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1호선은 좌측 통행이기 때문에 사진 아래쪽을 향해 달리는 건 오른쪽 열차입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호선은 좌측 통행이기 때문에 사진 아래쪽을 향해 달리는 건 오른쪽 열차입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런데 1호선과 2호선 성수지선이 만나는 지점에 신설동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성수지선은 1호선 운행을 마친 열차가 정비를 받으러 향하는 군자차량사업소와 연결돼 있습니다. 1호선은 왼쪽으로 달리고 2호선은 오른쪽으로 달리니까 중간에 철로를 바꿔줘야 합니다. 신설동역에 지하 3층에 ‘유령역’이 있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 관련기사 - 서울 ‘지하철 유령역’ 4개 더 있다

서울지하철 4호선에도 국철 구간이 있었습니다. 현재 남태령~오이도 역 구간. 이 중 금정 역 아래 노선(안산선)은 처음 만든 1988년부터 1994년까지는 1호선 구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남태령~금정 역을 잇는 과천선을 만들면서 4호선과 연결하게 됐습니다. 4호선과 과천·안산선 사이에 통행 방향 문제가 생긴 게 당연한 일. 게다가 4호선은 직류로 전동차를 움직인 반면 국철 쪽은 교류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남태령~선바위역 사이에 흔히 ‘꽈배기굴’이라고 부르는 입체 교차로를 만들었습니다. 서울하고 경기도 구간을 나눈 것. 4호선을 타고 있는데 남태령 역과 선바위 역 사이에서 “잠시 후 전력 공급 방식 변경으로 객실 안 일부 전등이 소등되며 냉·난방 장치가 잠시 정지되오니…”하고 안내 방송이 나오면 바로 그 구간을 지나고 계신 겁니다.


이 그림은 여러분 이해를 도우려고 과장되게 그린 겁니다. 실제로는 아래 그림 정도는 아니어도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 그림은 신설역을 출발한 우이신설선 열차가 선로 방향을 바꾸는 모습입니다. 우이신설선에서는 신설동역이 종점이라 양쪽 승강장에서 모두 열차를 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왼쪽 선로에서 출발한 열차고 있는데 이 열차는 다음 역인 보문역에 도착하기 전 이렇게 오른쪽으로 선로를 바꿉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지하철 진행 방향이 바뀌면 주로 열리는 문도 바뀝니다. 지하철역은 크게 철로가 가운데 있고 양 옆에 승강장이 있는 ‘상대식’과 철로가 양쪽에 있고 승장강이 가운데 있는 ‘섬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상대식은 열차가 달리는 방향 쪽 문이 열리고 섬식은 반대입니다.
상대식 승강장(왼쪽)과 섬식 승강장. 위키피디아 공용.
상대식 승강장(왼쪽)과 섬식 승강장. 위키피디아 공용.

상대식 승강장에서는 열차 진행 방향하고 같은 쪽 문이 열리고 상대식은 반대쪽 문이 열립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교통공사에서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 시내 구간에 있는 역 277곳 가운데 67.1%에 해당하는 186곳이 상대식입니다. 그러니까 1호선은 진행 방향 기준으로 왼쪽 문이 더 많이 열리고, 나머지 호선에서는 오른쪽 문이 더 많이 열립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열리는 문 표시.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서울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열리는 문 표시.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수도권 지하철 전체 승강장 정보를 알아보려 서울시외 구간 역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에도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노선이 너무 많아 자료 수집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꺼려 전체 결과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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