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마주 투 코리아…’ 등 최영섭 작곡가 구순잔치 잇달아
암투병 돕기 모금운동도 펼쳐
“기악곡 ‘리모델링’을 하고 있어요. 그간 작곡했던 기악 70여 곡을 완전히 수정하거나 일부 고치는 일을 마치는 대로 내년 말 이후 고향 인천으로 돌아가려 해요.”
국민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지은 최영섭 작곡가(90)는 지난해 7번째 가곡집을 펴낸 데 이어 기악곡 정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 작곡가는 10일 “세계 최고 기록인 슈베르트의 600여 곡보다 많은 700여 곡의 가곡을 작곡했다”며 “앞으로 1년 안에 기악곡을 총 정리하는 작업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 인천에서 최 작곡가의 구순을 기념하는 음악회가 잇따라 열린다. 또 서울 은평구에 사는 최 작가가 귀향을 희망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악곡 정리 작업 직후 ‘인천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과 ‘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모임(아여모)’은 12일 오후 7시 반 서구 엘림아트센터에서 최 작가를 초청하는 ‘오마주 투 코리아-나의 고향, 나의 조국에 바칩니다’라는 원로음악인 활동 지원 음악회를 마련한다. 그의 대표곡 ‘그리운 금강산’을 비롯해 ‘망향’ ‘목계장터’ ‘추억’을 감상할 수 있다. 최 작가와 인연이 깊은 후배 성악가 7명과 체임버그룹 등 9명의 연주단이 20곡 가깝게 연주한다.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 ‘봉선화’와 한국 민요도 들려준다. 300여 명의 관람객을 무료로 초청한다.
아여모는 10년 넘게 암 투병 중인 최 작곡가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도 펼치고 있다. 1년 전부터 정기 후원 모금계좌를 개설해 매달 성금을 내는 후원회원 60여 명을 모집했다. 이 단체는 최 작곡가가 귀향 이후 거처할 공간을 물색하는 한편 고향에서 후배들과 음악 감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난 최 작곡가는 인천 창영초등학교와 인천중학교를 거쳐 서울 경복고,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오스트리아 빈국립음대 대학원 지휘과정 석사를 마쳤고, 1960대 초 동아방송 개국 때부터 음악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불후의 명곡으로 꼽히는 ‘그리운 금강산’을 1961년 8월 26일 인천에서 작곡했다. 이 당시 인천여중·고교 음악교사를 지내면서 인천시합창단과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인 인천 중구 내리교회 성가대를 지휘했다. 최 작곡가는 “1960년대 현 미추홀구청사와 가까운 논밭 투성이의 숭의동 집에 살면서 그리운 금강산을 지었다. 어려운 살림을 할 때 만든 곡으로 아직까지 먹고사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최 작곡가는 2017년 인천시로부터 ‘올해의 인천인’으로 선정됐고, 앞서 ‘인천을 빛낸 위대한 100인’으로도 선임됐다. 인천시가 각계 분야에 걸쳐 조사한 위대한 인물 100명 중 유일한 생존자다. 그는 1959년 인천시 문화상, 2009년 대한민국문화훈장을 받았다.
새얼문화재단은 올해 35회째인 ‘새얼 가곡과 아리아의 밤’의 공연 타이틀을 ‘인천의 노래, 황해의 소리’로 정했다. 가곡과 아리아의 밤은 20일 오후 7시 반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이경구 전 인천시립교향악단 지휘자의 지휘로 오미선(소프라노) 나승선(테너) 이연성(베이스) 한수진(바이올린) 안봉수(피아노) 등 인천 출신 음악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이날 최 작곡가 앞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한다. 재단은 공연이 끝난 뒤 국제회의장 옆 연회장에서 투병 중인 최 작곡가에게 인천 시민들의 뜻을 담은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새얼문화재단은 2000년 인천문화예술회관 야외 광장에 그리운 금강산의 가사와 음표를 돌에 새긴 노래비를 세웠다. 노래비 앞에 버튼을 누르면 아무 때나 그리운 금강산을 들을 수 있는 음향장치를 최근 설치했다. 최 작곡가는 “고향에 돌아가면 후배들이 주도하는 음악감상회에서 가끔 음악해설을 하고 싶은데, 무엇보다 건강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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