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파워기업]미래 신소재 개발 ‘산업용 섬유 강소기업’… 올 매출 60억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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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산업용 섬유 전문기업 ‘백일’

12일 대구 달성군 유가면 ㈜백일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직원이 슈퍼섬유 아라미드의 보강재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2일 대구 달성군 유가면 ㈜백일 기업부설연구소에서 직원이 슈퍼섬유 아라미드의 보강재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12일 대구 달성군 유가면 신도시 테크노폴리스. 산업용 섬유 전문기업 ㈜백일의 공장 안은 섬유 공장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깔끔하고 쾌적했다. 특유의 제직기기 기름 냄새도 느낄 수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유독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신기술을 적용해 금방 나온 제품을 손으로 만져도 괜찮다”며 “첨단 기계를 보호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은 직원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공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 형태의 생산 라인을 갖췄다. 원료→제직→융합→창고로 이어지는 과정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대부분 자동화로 이뤄져 직원들은 자기 위치에서 기계 오작동이나 원단 및 원사(실) 검사에 집중하면 된다.

고무와 직물을 접착시키는 처리 공법과 기계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기존 공법은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고 좁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바람에 인체에 유해한 휘발 물질이 나와 불편이 많았다. 수작업이라 효율도 떨어졌다. 하지만 백일의 새 공법은 열과 압력만으로 접착시킨다. 합성고무에 적용해도 높은 접착 강도를 유지한다. 열악한 작업 환경까지 바꾸는 효과를 낳았다.

1995년 설립된 백일은 원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신산업으로 꼽히는 산업용 섬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슈퍼섬유의 하나인 아라미드를 활용한 복합 소재를 주로 생산한다. 첨단 섬유의 상징인 아라미드는 굵기가 5mm에 불과하지만 2t의 무게를 들어 올릴 만큼 강해 헬멧과 방탄복에 주로 쓰인다.

백일은 2014년 5월 본사와 공장을 경기 고양시에서 대구테크노폴리스로 옮겼다. 100억 원을 투자해 생산 기반을 넓혔다. 이종우 산업섬유연구소장은 “국내 대표 섬유도시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관련 산업 기반이 좋다. 우수한 섬유 전문 인력과 협력 기업 확보가 비교적 용이하다”고 말했다.

백일은 자동차부품과 선박용 베어링 등 10여 가지 융·복합 소재를 개발해 완성차 및 중장비 부품 협력 업체에 납품한다. 1층에 지금까지 개발한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다.

지역 섬유연구기관과 손잡고 신소재 만들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 서구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충격이나 진동을 줄이는 차량용 스피커 댐퍼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강철보다 5배가 강한 파라아라미드를 활용해 만들었다. 이 소재로 매출 1억5000만 원을 올렸다. 앞으로 고부가가치 전자제품에도 쓰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음질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내구성도 뛰어나다”며 “일본 유명 회사에 납품을 시작했고 유럽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개발연구원의 이(異)업종 융합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름 30mm 이하인 차체 호스 성능을 개선하는 고밀도 벌집 구조 원단과 슈퍼섬유 아라미드를 활용한 신소재도 개발 중이다. 자동차용 호스에 쓰이는 아리미드 직물은 차량의 진동을 줄이고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데 획기적인 소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제품이다.

‘산업 소재를 더욱 강하게’라는 사명을 내세운 백일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직원 16명인 회사 규모에 비해서는 이례적으로 첨단 기업부설연구소를 2015년 설립해 신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에 열정을 쏟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60억 원 매출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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