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울산 검경의 ‘고래싸움’ 점입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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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검찰과 경찰 간의 ‘울산 고래싸움’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신경전으로 진행되던 싸움이 8일에는 정면충돌로 맞붙었다. 검찰이 이날 오전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담은 참고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자 경찰은 오후에 반박 자료를 배포했다.

검경 갈등은 지난해 9월 환경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울산지검 소속 A 검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로 울산지방경찰청에 고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고발이 있기 한 달 전에는 ‘경찰 수사권 독립’의 선봉장 격인 황운하 치안감(56·경찰대 1기)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했다. 피소된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를 황 청장이 어떻게 지휘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울산중부경찰서는 앞서 2016년 4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유통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27t가량의 고래 고기를 압수했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발장에서 “‘불법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는 고래 고기를 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경찰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21t을 고래 유통업자에게 반환하는 바람에 3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도록 했다. 이는 검사가 직권을 남용해 불법 포획을 단속하려는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고발 직후 “불법포획 여부를 가릴 고래연구센터의 유전자(DNA)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검찰이 압수물을) 되돌려준 점은 이해할 수 없다. 경위를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울산지검은 ‘불법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고래 고기를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소유자에게 돌려줬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검찰이 8일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경찰도 맞대응한 것이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과 압수영장 등 20건 가운데 15건을 법원에 청구하는 등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고래 유통업자 등 3명 가운데 한 명에 대해 보완수사 후 신병처리를 다시 지휘받도록 했으나 경찰은 8일 현재까지 신병 관련 지휘 건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고래 고기를 되돌려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변호사 사무실 장부 압수영장과 통신영장 등 핵심적인 영장을 검찰과 법원이 기각하거나 제한해 수사가 지연되거나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수사의 핵심인 담당 검사를 두고 양측은 정면으로 맞섰다. 검찰은 “담당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파견 명령에 의해 1년 전부터 국외훈련이 예정돼 있었다”고 전제한 뒤 “경찰은 담당 검사의 출국 예정일인 지난해 12월 18일이 다 돼서야 서면질의서를 발송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수사 진행 시점부터 담당 검사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고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만나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범죄 해당 여부는 객관적 증거와 형사법적 평가를 거쳐 결정된다”는 검찰, “검찰과 법원이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했다면 이 사건은 벌써 종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찰 간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 검경#울산 고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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