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갈마당’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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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전시관 ‘아트스페이스’ 개관… 욕실 등 성매매의 역사 상징적 표현
민관협력으로 환경정비 사업 추진

19일 대구 중구 도원동 문화예술전시관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를 찾은 시민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19일 대구 중구 도원동 문화예술전시관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를 찾은 시민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19일 대구 중구 도원동 속칭 ‘자갈마당’. 도로에서 100m쯤 들어가면 문화예술전시관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Art Space)’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3층에 연면적 441.78m² 규모로 18일 개관했다. 과거 성매매 업소가 밀집한 곳이었지만 6개월 리모델링을 통해 색다른 전시관으로 바뀌었다.

층별로 자갈마당 역사를 담았다. 옛 업소 유리방 형태를 그대로 둔 1층은 성매매 업소가 어떻게 전시공간으로 바뀌었는지를 볼 수 있다. 2층은 성매매가 이뤄진 공간이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바뀌었다. 잔돌로 꾸민 ‘자갈마당에 자갈이 없다’는 문구는 성매매 여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3층은 욕실과 객실 등 당시 여성 생활공간이 보존돼 있다. 이용한 중구 도시재생지원단 팀장은 “여러 객실 가운데 한 곳만 전시실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내년 3월 활용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갈마당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는 내년 3월 18일까지 개관 기념 전시회를 연다. ‘기억정원, 자갈마당전(展)’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부산, 대구, 경주 출신 작가 8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자갈마당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기억의 정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관람은 무료이며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자갈마당은 100년 이상 삶의 흔적과 역사가 축적된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인 1909년 영업을 시작했다. 1960년대부터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될 때까지 특별관리구역으로 존재했다. 지금도 정치와 경제, 여성 인권, 지역 개발 등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에는 아직도 업소 30여 곳, 종사자 100여 명이 있다. 그러나 최근 폐쇄회로(CC)TV 4대를 설치한 뒤로 밤에 불을 밝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달 입주를 시작한 인근 주상복합 아파트 1200여 가구가 이들 업소를 폐쇄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구는 이곳의 재생과 활용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아트스페이스는 그 첫 결과물이다. 약 130m 떨어진 곳에는 연초제조공장에서 예술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대구예술발전소가 있다. 중구는 두 장소를 잇는 복합문화예술벨트 조성을 구상하고 있다.

대구시는 자갈마당 완전 폐쇄와 재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구와 대구지방경찰청 등과 함께 도심 부적격시설 정비추진단을 구성했다. 주변 정비 기본구상 및 사업 타당성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구체적 개발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공공개발(도시 개발 및 활력 증진, 주거재생)과 민간주택조합 개발, 환경정비사업 등을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추진한다. 일부 업소와 종사자의 반발은 풀어야 할 과제다. 대구시 관계자는 “국내외 사례를 참고해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며 “업소와 마찰 없이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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