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해결하는 ‘건축인턴실무아카데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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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업계 인재난-청년실업 해결 위해 광주시건축사회 1월 개설 산학연계
만족도 높아 하반기에 2기 개설키로

‘제1기 건축인턴실무아카데미’를 수료한 학생들이 강사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시건축사회는 올해 처음 아카데미를 개설해 청년 실업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시건축사회 제공
‘제1기 건축인턴실무아카데미’를 수료한 학생들이 강사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시건축사회는 올해 처음 아카데미를 개설해 청년 실업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시건축사회 제공
이주희 씨(25·여)는 올 2월 순천대 건축학부를 졸업하자마자 광주의 건축사무소에 입사했다. 처음 건축사무소에 들어가면 3개월 정도 인턴 과정을 밟지만 이 씨는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인턴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건축사협회 광주시건축사회가 개설한 ‘건축인턴실무아카데미’ 덕분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건축학도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건축인턴실무아카데미가 청년 실업을 해결하는 산학 연계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광주시건축사회는 1년여 준비 과정을 거쳐 올 1월 ‘제1기 건축인턴실무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지역 건축업계 인재난과 청년 실업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광주전남지역 대학 건축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자가 많은 순천대에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순천대 건축학부 4, 5학년 30명이 수강 신청을 했고 등록비는 학교에서 부담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건축사 4명이 강사로 나섰다. 강사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실무 교육을 위주로 강의 프로그램을 짰다. 학생들은 1주일에 16시간씩 4주간 교육을 받으면서 건축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에게는 순천에서 택지로 개발되고 있는 신대지구의 다가구주택 설계가 미션으로 주어졌다.

학생들은 국토계획이용확인서를 떼어보고 수도와 전기, 도로 개설 등에 필요한 대지 계획을 세운 뒤 기본 설계를 했다. 설계 과정에서 건축 구조와 내진 방재 관련 이론을 적용하고 건축물 구조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배웠다. 설계에 필요한 기본 도면을 제작한 뒤 건축 인허가 업무와 정부의 건축행정 시스템(세움터) 사용 방법 등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를 익혔다.

이주희 씨는 “학교에서 배우던 이론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업무 지식을 익히니 훨씬 이해가 빨랐다”며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고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건축사무소를 낼 수 있다는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인턴실무아카데미에 대한 건축사무소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박진호 건축사무소 이감 대표는 “교육생은 건축사무소 실정에 맞는 실무를 익힐 수 있고 사무소에서는 신입사원에 대한 직무교육을 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건축사회는 2월 아카데미 교육 성과를 발표하고 취업 알선을 위한 행사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광주의 건축사무소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축 설계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고 집단 면접을 봤다. 이후 개별 면접을 통해 아카데미를 수료한 졸업예정자 9명 전원이 취업했다. 이를 계기로 광주시건축사회는 순천대 건축학부에 100만 원 상당의 건축 관련 서적을 기증했다.

광주시건축사회는 처음 개설한 아카데미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판단하고 올 하반기(7∼12월)에 2기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 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최대 국정 과제로 내세운 만큼 아카데미와 같은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대한건축사협회에 아카데미를 전국에 확대 개설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정명철 광주시건축사회장은 “아카데미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실무 능력을 키우고 취업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문 건축인 양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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