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들의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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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예술학교’ 지원사업 7년째

20일 오후 서울 노원구 노원문화예술회관 강당에서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소속 학생들이 전문강사와 함께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일 오후 서울 노원구 노원문화예술회관 강당에서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소속 학생들이 전문강사와 함께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악보 읽는 법은커녕 악기 이름조차 몰랐던 제가 오케스트라 단원이 돼 연주를 한다니 꿈만 같아요.”

20일 오후 서울 노원구 중계로 노원문화예술회관 2층 복도에서 바이올린, 플루트 등 여러 악기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합주라고 하기엔 어색한, 조금은 거친 소리였다. 이 소리를 따라가자 강당 문틈으로 앳된 모습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30여 명의 아이들은 기자의 등장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악기 연주에 집중했다.

명색이 오케스트라지만 언뜻 보기에도 서툰 자세였다. 첼로를 켜는 아이는 자기 몸집만 한 악기를 제대로 들기도 버거워 보였다. 하지만 강사의 박수 소리와 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박자를 따라가려 애쓰는 모습은 진지했다.

이 프로그램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적은 초등학생(3∼6학년)을 대상으로 뮤지컬 등을 가르치는 서울시의 ‘우리동네 예술학교’ 사업이다. 2010년 시작된 사업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진행하다 올해부터 서경대가 교육을 맡고 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예술학교 사업의 여러 분야 중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소속이다. 참가 학생들은 모두 노원구에 살고 있다. 이날 첫 수업을 시작한 학생들은 12월까지 주 2회 3시간씩 전문가들에게 음악교육을 받는다. 악기 등 수업에 필요한 물품들은 모두 서울시에서 지원한다. 연말에는 아이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합동공연도 열린다.

악기를 다루는 솜씨는 천차만별이다. 이날 처음 소리를 내는 법과 악보 읽는 법을 배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바이올린 활을 자유자재로 쓰며 수준급 연주 실력을 선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5년째 활동 중인 권예진 양(13)은 “처음에는 악기 이름도 모를 만큼 여러모로 서툴렀는데 이제 내가 원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음악 쪽으로 계속 꿈을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우리동네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된 최지원 양(13)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내성적인 성격도 완전히 바뀌었다”며 “음악을 하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이 얻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는 교육과정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해 예술 쪽으로 진로를 바꾼 학생들도 있다. 지난해 노원구 우리동네 오케스트라 단원 중 2명은 각각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 북부교육청 음악영재로 선발돼 현재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경대 음악학부 한정섭 교수는 “음악 뮤지컬 등 예술 분야에 대한 교육은 중요성에 비해 공교육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며 “지역사회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음악에 대한 관심은 물론 사회성도 함께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오케스트라#서울시#예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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