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보존’ 원점서 재검토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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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네틱댐’ 실험과정서 누수 발생… 울산시 “생태제방 건설 다시 건의”
일각선 사연댐 수위조절 검토 주장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 보존 대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울산시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설치하기로 한 ‘가변형 물막이댐(카이네틱댐)’의 실험 과정에서 누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당초 제시했던 ‘생태 제방 축조안’과 ‘사연댐 수위 조절안’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 카이네틱댐 실험에서 실패


암각화 앞에 카이네틱댐을 설치키로 한 것은 2013년 6월 16일.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댐 설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선사시대 바위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8개월 이상 침수돼 훼손이 가속화되는 바람에 보존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만수위 60m인 사연댐 수위를 암각화 침수 수위인 53m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울산시는 “수위를 낮추면 시민 생활용수가 모자라기 때문에 암각화 앞에 생태제방을 설치하자”며 논쟁만 벌였다. 정부는 카이네틱댐이 10여 년 동안 끌어온 갈등을 해결할 돌파구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카이네틱댐 설치 예산은 국비 73억 원을 포함해 104억 원. 본공사에 앞서 지난해 6월부터 실내외에서 6가지 실험을 했다. 이 가운데 암각화 앞에 설치할 가로 4.15m, 세로 2.1m, 두께 1.15m의 투명막 8개로 실시한 1, 2차 투명막 실험에서 개스킷 이음매와 연결 볼트 부분에서 누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형조 울산시 문화체육국장은 “투명막 실험에서 누수가 발생했다는 것은 수밀성(水密性)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카이네틱댐 대신 생태제방 건설을 문화재청에 다시 건의하기로 했다.

○생태제방과 사연댐 수위 조절 검토를


문화계 일각에서는 문화재청이 제시한 사연댐 수위 조절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를 사이에 두고 아래에는 사연댐이, 위에는 2005년 6월 완공된 대곡댐이 있다. 하루 22만 t의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대곡댐은 암각화에서 6km 상류에 있다. 총저수량 1153만 t의 대곡댐은 건설 이후 10여 년간 평균 저수율이 41.5%에 불과했다. 총 저수량 1951만 t의 사연댐 평균 저수율은 지난해 19.1%, 올해 15.3%다.

문화도시 울산포럼 김한태 이사장은 이 자료를 근거로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암각화 침수 수위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류의 대곡댐에 물을 많이 채워 생활용수로 공급하면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암각화 침수 수위 이하로 낮춰도 된다는 게 김 이사장의 논리다. 그는 “이 방안은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암각화 침수도 예방하고 생활용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제안했다.

울산시는 회야댐에서 18만 t, 사연댐에서 16만 t 등 하루 34만 t을 생활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가뭄이 심할 때는 낙동강 물을 생활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사연댐 수위 조절 방안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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