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엉뚱한 영종도에 1200억 보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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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진군 북면 주민, 인천공항公에 토로한 불만은…

‘주거지역에 위치한 김포공항과 달리 인천국제공항은 항공기 소음과 확장(새 여객터미널, 새 활주로 추가 설치)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인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가 9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42·새정치민주연합·경기 광명을)에게 낸 ‘항공 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한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강화 필요’란 자료 중의 일부다. 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의 국제선이 증가할수록 외국 환승객이 인천공항을 외면하는 등 인천공항의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항공기 소음 피해가 없는 인천공항의 국제선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공항공사의 설명과 달리 인천국제공항 주변에서는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농업과 어업에 주로 종사하는 인천 옹진군 북도면(장봉도 신도 시도 모도·전체 주민 2300여 명) 섬 주민 400여 명은 17일 오전 공항공사 앞에 몰려가 시위를 벌었다. 가을걷이로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주민들이 공항공사로 몰려간 이유는 항공기 소음 피해 때문.

주민 배종태 씨(56)는 “항공기 소음으로 풍랑주의보로 인한 배편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 여객선을 타지 못하는 피해도 입었다. 만약 국가재난방송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끔찍하다”고 말했다. 신도에 사는 이승숙 씨(65)는 “항공기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고 TV 시청하는 것이 어렵다. 시댁에 온 주부는 항공기 소음에 놀란 아이의 발작증세로 급히 인천의 병원으로 나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수면 장애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하루 평균 800여 대의 항공기가 이착륙한다. 화물기의 경우 오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여객기는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뜨고 내려 주민 피해가 심각하다. 한창 잠을 청해야 할 시간에 엄청난 항공기 소음에 시달린다.

주민들이 항공기 소음 피해를 주장하는 것은 항공기 이착륙 소음 발생 범위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보다 5배 이상 확대됐기 때문이다. 북도면 인천공항 피해 대책위원회는 최근 공항공사 측에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해 항공기 소음 피해 이주 대책이 1991년 공항 건설 당시 75웨클 이상 지역에서 2010년에는 85웨클로 이상 지역으로 상향 조정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김해공항 등 앞으로 항공기 소음 민원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옹진군 북도면 인천공항 피해 대책위원회는 공항 남쪽, 배후지원단지(공항신도시)는 항공기 소음의 영향이 없으나 공항 북쪽인 신도 모도 장봉도 섬 지역의 경우 소음 피해 예상지역으로 판단된다는 ‘인천국제공항건설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변경계획서’를 제시하며 소음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항공기 소음 피해는 북도면의 섬 주민들이 보고 있는데 엉뚱한 영종·용유 지역에 공항공사가 1200억 원에 이르는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천공항의 연간 41만 회인 항공기 이착륙은 2020년에는 74만 회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활주로가 건설되면 안전한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신도에 있는 구봉산(해발 180m)을 42m까지 절개해야 해 항공기 소음 피해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들은 23일 시도와 장봉도 면사무소를 찾아 “북도면의 항공기 소음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새로운 저감대책을 세워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국제공항#영종도#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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