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8년새 절반 뚝… 서울시내 한옥이 사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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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첫 전수조사
市, 4대문안 한옥 보존에 초점… 외곽지역서 1만채나 줄어
남은 35%도 재개발 지역 위치… 관리-보존 종합대책 마련 시급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재개발사업구역 내 모여 있는 한옥의 모습. 이 지역에는 한옥 63채가 있지만 대부분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서울연구원 제공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재개발사업구역 내 모여 있는 한옥의 모습. 이 지역에는 한옥 63채가 있지만 대부분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다. 서울연구원 제공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뒤편 골목. 천막을 친 채 죽 늘어선 상점들 모습이 일반 시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고개를 조금만 올려보면 ‘한옥 지붕’이 눈에 띈다. 이곳 역시 북촌·서촌과 마찬가지로 ‘도시형 한옥’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지만 도심 지역과 달리 별다른 보존정책 없이 방치돼 있다.

○ 10여 년 사이 도시형 한옥 절반 이상 줄어

23일 서울연구원은 처음으로 서울시내 도시형 한옥을 전수조사한 결과 자치구 10곳에 있는 도시형 한옥이 2006년 총 2만2672채에서 2014년 현재 1만1195채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25개 자치구를 모두 합하면 총 1만1776채가 남아 있다.

2008년 서울시가 ‘한옥선언’을 통해 한옥지원정책을 기존의 북촌 지역에서 △인사동 △운현궁 주변 △돈화문로 △경복궁 서측까지 확대하면서 한옥 지키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전체 서울시내 도시형 한옥 수는 크게 감소한 것이다. ‘도시형 한옥’은 1920∼60년대 북촌 지역을 시작으로 지어졌으며 현재 서울시내 전체 한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한 ‘한양도성 외부지역(종로구·중구 바깥)’에서 사라진 한옥이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영등포구(83.6%) △성동구(80.2%) △마포구(67.4%) △동작구(64.3%) 순으로 한옥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06∼2014년 한양도성 내부지역의 한옥은 4857채에서 3380채로 1470여 채가 감소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한양도성 외부지역에서는 1만7815채이던 한옥이 7815채로 1만 채나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도성 밖 한옥까지 관리하기 위해 형태 등급 분류를 시작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10채 중 4채는 사라질 듯


문제는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질 우려가 높은 도시형 한옥의 비중이 전체의 35.8%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주택재개발 지역이나 예정 지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한옥이 있는 종로구만 해도 현재 주택재개발사업 지구에 포함된 한옥이 112채, 주택재개발 정비예정구역에 있는 한옥도 467채에 달하는 등 총 1287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전반적인 한옥밀집지구별로 살펴봐도 2006년 서울연구원이 파악한 98곳 중 10곳이 이미 개발로 사라졌고 향후에도 19곳이 정비사업구역 내에 포함돼 개발될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 민현석 연구위원은 “향후 정비(예정)구역을 선정할 때 한옥밀집지구를 보존할 수 있는 종합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한옥#서울시내#한옥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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