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살보험금, 시효지났어도 지급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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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5억 미지급땐 제재 조치

금융 당국이 각 보험사에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자살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보험회사와 임직원에 대해 엄정한 제재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명보험사들은 2010년 이전까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하는 약관이 포함된 보험상품을 팔아 왔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이 약관이 실수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2014년 금융 당국의 감사에 적발됐다. 올해 2월 말 현재 소비자가 청구했지만 지급되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모두 2465억 원에 달한다.

이날 금감원의 지도는 최근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달 12일 대법원은 생보사들이 약관에 기재된 대로 자살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서 보험금 청구권 소멸기한(2년)이 지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들 보험에 대해서도 “소멸기간에 대한 약관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않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행위”라며 보험금 지급을 명령했다.

금융 당국이 법원 판단과 배치된 행정지도를 한 것은 논란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에 대해서는 법원의 추가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8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보험계약 건수가 280만 건에 이른다”면서 “한국의 자살률을 감안했을 때 이를 모두 지급하면 보험사가 부담해야 될 돈이 최대 1조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금감원#자살보험금#생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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