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에게 대물림된 빚도 상속 포기땐 안갚아도 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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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가 남긴 채무(빚)의 상속을 자녀들이 포기해 사망자의 배우자와 손주(손자 손녀)가 공동상속인이 된 경우 ‘상속 포기 기간’ 내라면 손주 역시 상속 포기가 가능해 사망한 조부모의 빚을 떠안지 않을 수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사망자가 남긴 채무에 대해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했다면 사망자의 배우자뿐 아니라 손주도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손주 등을 상대로 돈을 갚으라는 소송이 제기돼 왔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김상우 판사는 사망한 A 씨의 채권자들이 A 씨의 손주 5명을 상대로 돈을 갚으라며 낸 소송과 관련해 A 씨의 손주들이 이달 5일자로 낸 재산상속 포기 신고를 받아들였다고 30일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20단독 김성우 판사도 사망자의 손주가 태아인 경우에 벌어진 유사한 사건에서 태아의 상속 포기 신청을 받아줬다.

A 씨 사건의 경우 자녀 7명이 상속 포기를 하고 배우자는 상속으로 얻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채무를 떠안는 한정승인을 한 상황이었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는 이런 경우 손주에게까지 책임이 넘어가지 않고 ‘빚 분쟁’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올해 5월 대법원은 채권자가 사망한 이모 씨의 손주 3명을 상대로 낸 6억여 원의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손주들도 공동상속인으로 보고 함께 빚을 갚도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사망자의 자녀가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손주, 직계존속(부모)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A 씨 손주들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남중구 변호사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사망자의 손주가 사망자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빚을 상속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법은 상속인은 상속 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원도 이를 근거로 A 씨 손주들의 상속 포기 신청을 받아들였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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