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위반 피하려 소정근로시간만 변경…대법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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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8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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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동의했어도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 2심 판결 확정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모습. © News1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모습. © News1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자 개정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정근로시간(근로자가 실제로 일한 시간)을 단축하기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탈법행위로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8일 A운수 소속 택시기사 이모씨 등 5명이 회사 등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최저임금법 규정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법규”라며 “입법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뤄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 무효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정근로시간 단축조항 효력을 유효하다고 해석할 경우, 회피 행위를 계속 조장할 우려가 있고 택시운전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등 적용에서 큰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A운수는 취업규칙에 소정근로시간을 월 209시간으로 규정했으나, 2010년 7월부터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으로 최저임금 산정기준이 되는 임금에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수입금 등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포함할 수 없게 되자 같은달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실제 근로시간은 그대로인데도 격일제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월 182시간으로 정한 것이다. 또 같은해 10월 다시 취업규칙을 고쳐 소정근로시간을 월 115시간으로 더 낮췄다.

이에 2010년 7~12월 격일제로 근무한 이씨 등은 “실제 근로시간 변경이 없는데도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두 차례 변경한 취업규칙은 무효”라며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이 기간 인당 171만~236만원의 최저임금 미달액을 각각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변경된 취업규칙이 무효라는 이씨 등의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관련 증거가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2차례 변경된 취업규칙에 대해 “실제 근로시간보다 현격하게 짧은 근로시간을 근로조건으로 정해 형식적·외형적으로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변경된 것”이라며 “소속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몰래 빠져나가기 위한 목적으로 변경된 것으로 무효”라고 1심을 깨고 회사가 이씨 등에게 각 171만~236만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심리를 통해 9대4로 이같은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라며 회사가 최저임금 미달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기택·조희대 대법관은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초과운송수입금과 고정급은 일정 상호관계에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김재형 대법관은 “관련법 위반 회피 의도가 일부 있었대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노사간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으로 단축 후에도 택시운전근로자 총수입이 최저임금법상 입금액에 미달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무효라 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또 김재형 대법관은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조항이 무효가 됐으므로, 근로관계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았다면 의욕했을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파기환송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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