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근로자 정년 연장은 사회적 합의 우선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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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 가동연한 65세로 연장] 재계 “연장땐 신규채용 축소 우려
임금피크제 등 노사 진통 예상”… 한노총 “세대갈등 가능성” 신중

재계는 21일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년 연장 관련법이 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리 쉽게 또 개정되겠냐”면서도 정년 연장 압박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만일 정년이 만 65세로 늘어나면 기업들은 기존에 마련한 직급 및 급여 체계를 전부 뜯어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대다수 대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사원 4년, 대리 4년, 과장 5년, 부장 5년 등으로 각각 책정된 진급연한을 다시 짜야 한다. 직급과 근속연수 등에 따른 급여 산정 체계도 손대야 한다. 최고 임금 수준에서 임금을 점차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포함해서다.

체계를 다시 세우는 것도 어렵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16년에 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년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늘어났을 당시에도 노사 갈등이 첨예했다. 당시 사측이 제시한 ‘임금피크제’를 노동조합 측이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년이 2년 늘어날 때도 노사가 극한 대립을 했는데 추가 5년을 연장하자는 논의가 발생시킬 사회적 비용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신규 고용이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노동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제조업 분야 기업들의 걱정이 크다.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생산현장에 남는 고령 근로자들이 늘어나 신입 직원의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생산직의 경우 현장에서 결원이 발생해야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구조인데 만일 정년이 만 65세로 연장되면 몇 년 동안 새로 사람을 뽑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20, 30대와 60대의 신체적 능력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데 신규 충원이 안 되면 생산성은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도 일반 근로자의 정년을 당장 만 65세로 연장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고 보고 있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근로자 정년을 만 60세로 늘리도록 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전면 시행된 지는 2017년 이후 2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모든 근로자의 정년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면서 “법적으로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작업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도 신중한 입장이다. 강훈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적으로) 정년을 만 65세로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년을 5년 늘리면 청년 일자리 감소 등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수급 기준 연령 등과 연동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warum@donga.com·유성열 기자
#고용부#근로자#정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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