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농성 424일째 다시 원점…‘책임과 고용’ 노사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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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9일 1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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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 “김세권 대표 직접 경영해야” 使 “무리한 요구”
“노조로 망한 경험” 주장에 “근거없는 노조 혐오”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 423일째인 8일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의료진이 무기한 단식 중인 박준호 사무장을 진료하고 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제공)
파인텍 노동자들의 굴뚝 농성 423일째인 8일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 위에서 의료진이 무기한 단식 중인 박준호 사무장을 진료하고 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제공)
410일만에 교섭이 진행되며 타결 가능성이 보이는 듯 했던 ‘파인텍 노사분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굴뚝 농성 중인 노동자 2명이 단식 투쟁까지 돌입하며 투쟁 강도를 높인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8일 강민표 파인텍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태가 벌어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는 농성자 2명을 포함한 파인텍 노동자 5명의 요구에 대해 “과한 부분이 많다. 합리적 노조는 괜찮지만 (저들은) 조금 특이하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노조 측도 입장문을 내고 “강 대표가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사실 관계도 틀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스타플렉스가 2010년 스타케미칼(구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2013년 1월 경영 악화로 정리해고 등 청산절차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이에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 지회장(당시 스타케미칼 노조원) 등은 이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2014년 5월 스타케미칼 공장 굴뚝에 올라 2015년 7월까지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2015년 7월7일 노사 간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 내용에 따라 ‘파인텍’이라는 법인을 신설하고 8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그러나 이후 2016년 1월까지 이뤄지기로 했던 단체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공장은 8개월만에 가동 중단됐다. 그러자 홍기탁 파인텍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2017년 11월12일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라 9일 현재 42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5명의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다. 사측은 2015년 노사가 합의한 내용에 맞게 노동자들이 파인텍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파인텍으로 돌아온다면 공장이 재가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노조 측은 파인텍으로 복귀를 할 경우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가 직접 경영에 참여해야하는 등 책임을 명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김세권 대표가 스타케미칼을 폐업하면서 생긴 문제인만큼 직접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파인텍에서 일한 10개월 동안 12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사측은 한 번도 잔업을 주지 않았고 단체협약도 체결하지 않았다. 그 결과 3명이 떠나 5명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측은 앞선 4차례의 교섭에서 ‘김세권 대표를 파인텍의 1대 주주로 참여하고 이에 대한 권리와 주식을 매각하거나 양도하지 않는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역시 결렬됐다. 노조 측은 “주주는 권한은 있으되 법적 책임도 없다”며 김세권 대표가 직접 경영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파인택 대표)가 8일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News1
강민표 스타플렉스 전무(파인택 대표)가 8일 서울 양천구 스타플렉스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News1
차선책은 사실상 폐업 단계에 이르고 있는 파인텍 대신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이들의 고용을 승계하는 것이지만, 사측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강 대표는 “과거 한국합섬(스타케미칼) 인수 당시 노조까지 승계했다가 300여명의 노동자를 길거리에 나앉게 했다”며 “두번 다시 그런 경험을 할 수는 없다”고 노조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스타플렉스는 해외 매출이 85% 정도여서 국내 이슈가 불거져도 대체로 영향력이 작은 수준이지만, 중국 업체들에 비해 제품 가격이 25~30% 비싸 품질과 영업력으로 겨우 커버하고 있다”며 “(노조가 들어와) 애써 지켜온 품질 경쟁력이 삐걱댈 가능성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노조 측은 ‘노조 혐오’라고 반박하며 스타케미칼의 폐업 책임 역시 노조가 아닌 사측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합섬 인수 이후 스타케미칼이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는 것을 사측도 알고 있었음에도, 1년8개월만에 일방적으로 폐기했다”고 밝혔다.

노사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7일부터 9일동안 4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13시간 협상 끝에 결렬된 4차 교섭 이후 5번째 교섭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파인텍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행동은 10일 김세권 대표를 사기·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 고발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일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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