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생산 ‘광주형 일자리’ 초봉 2100만원…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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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20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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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시 인식차…文정부 국정과제 무산 위기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터”…市 “3500만원선” 반박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인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주목받은 ‘광주형 일자리’가 무산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초임 연봉이다.

애초 광주형 일자리는 주 40시간 기준 통상임금 포함 연봉 4000만원을 적정임금으로 제시했다. 연봉 4000만원은 기아차 생산직 초임 통상임금의 80% 수준이다.

기아차나 현대차 등 완성차 공장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대이고 초임은 기본급 4000여만원에 상여금과 수당, 성과급을 합쳐 5000여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차 간의 투자 유치 협상과정에서 초임 연봉이 기본급 1800만원에 직무수당 300만원을 합친 2100만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잔업, 특근 등 초과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모두 포함해 3000만원이라는 말도 나왔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노동계는 발칵 뒤집혔다. 더나은 일자리, 노사상생형 일자리라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을 준다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올해 기준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 급여는 157만3770원이며 연봉 기준으로는 1888만5240원이다.

시간외수당을 포함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사업장은 최저 월급 216만1110원이고 연봉은 2593만3320원이다.

광주형 일자리 초임이 2100만원이라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웃도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광주 하남공단 어디를 가도 이보다 더 낮은 임금을 주는 곳이 없다. 광주시가 시민들을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터로 몰아넣고 최저임금에 허덕이게 하려고 한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노총은 사실 확인에 나섰다. 정식 공문을 통해 지난 8월8일 광주시에 협상과정을 상세히 공개하고 협상단에 노동계의 참여를 요청했다.

노동계가 실질적인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참여를 보장하고 이에 상응하는 권한 부여, 광주형 일자리 4대 핵심의제를 투자협약에 포함하겠다는 것을 확약해 달라고도 했다.

광주형 일자리 4대 핵심의제는 적정임금과 적정 노동시간, 노사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이다.

광주시는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인 참여나 협상 과정 공개는 미적거렸다. 한국노총에 협상 관련 자료를 제시했으나 핵심은 빠져있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초기에 공문으로 답변을 달라고 했고 광주시가 협상 관련 공문을 보내왔다”며 “자료는 총 18페이지로 알고 있었으나 14페이지만 왔다. 연봉이나 근무조건 등은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시가 현대차와의 협상 내용을 일체 비밀로 하면서 의구심은 더 커져갔다. 광주시의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언론도 ‘초임 연봉’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했다.

시의 철저한 함구에도 이곳저곳에서 ‘출처’가 나왔다. 협상 내용 공개 압박에 시가 ‘보안 유지’를 요구하며 공개한 곳에서 조금씩 흘러나왔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광주시가 보안각서를 쓰도록 하고 광주경영자총협회와 전남대 모 교수, 광주전남발전연구원 등에 공개한 내용을 참석자들이 알려줬다”고 말했다.

보안각서를 쓰고 협상 내용 등을 본 참석자 중 일부가 노동계에 알려줬다는 설명이다.

광주시의회 안팎에서도 같은 설명이 나왔다. 시가 비공개를 요구하며 제출한 자료에 2100만원, 3000만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과근로수당 포함 연봉 총액 3000만원은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 의형을 밝힌 현대차가 제시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대차는 그동안 “노동계 참여 없이는 투자할 수 없다”면서도 노조의 협상단 참여는 극구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기업 관계자는 “지역완성차 비정규직의 초임 연봉이 5000만원이 넘고 부품사 비정규직 초임연봉이 3000만원 이상”이라며 “초과근로수당을 임금에 포함시키는 것도 비상식적이지만 급여 수준을 모를리 없는 현대차가 3000만원을 제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광주시가 현대차와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고 밀실협상으로 진행한 배경에는 턱없이 낮은 연봉 문제가 있다”며 “사실상 최저임금에 비정규직 만드는 일자리에 노동계를 대표하는 노총이 참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초임 연봉 2100만원 논란이 커지자 광주시가 뒤늦게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병훈 광주시 경제문화부시장은 20일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광주형 일자리 초임 연봉은 3000만~4000만원 사이”라고 밝혔다.

이 부시장은 “연봉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100만원으로 알려진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진행중인 초임 연봉은 3000만~4000만원 사이”라고 말했다.

초임 연봉이 2100만원과 3000만원으로 흘러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부시장은 “민선 6기 말기에 윤장현 전 시장이 연봉 3000만원에 사인을 했다”며 “나중에 3000만원이냐 4000만원이냐 혼선이 빚어지자 현대차는 시장의 사인을 믿고 3000만원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봉은 협약이 체결되고 공장 착공을 하면 경영수지 분석을 통해 생산량과 판매량, 직무별 검토를 통해 결정된다”며 “임금이 예민한 부분이라 경영수지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다 보니 노동계에서 ‘밀실 협약’이라고 오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시 입장에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첫 번째로 중요하고 두 번째가 임금”이라며 “사전 분석을 해 보니 3000만~4000만 사이에 결정될 가능성이 크고 현대차는 3500만원까지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애초 4000만원은 2015년 용역 조사과정에서 피상적으로 나온 연봉이고 2100만원에 초과근로수당 포함한 3000만원은 민선 6기 말에 윤 전 시장이 사인한 금액이다. 민선 7기는 3500만원선에 조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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