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압박에 살아보려 발버둥… 사장들 돈 빌리러 다니는게 일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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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반발 확산]중소 제조업체도 비명
“최저임금 오르면 자재값도 올라… 정부가 지원해도 추가고용 못해”

“기업들이 임금 지불 능력이 없어요. 거짓말 같죠. 임금 못 줘서 대출 받는 업체가 수두룩합니다.”

경기 화성시에서 금속도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영향을 묻자 작심 발언을 쏟아 냈다. A 대표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만 오르는 게 아니다. 부자재뿐 아니라 심지어 종이컵 값도 오른다.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기업 수익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성장이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를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A 대표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그런데 정부가 작정하고 덤비는데 어쩌겠나. 중소기업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사장들이 돈 빌리러 다니는 게 일과일 정도다”고 말했다.

인천시에서 특수강 사업을 하고 있는 B 대표는 “최저임금 상승을 예상했지만 상승 폭이 너무 크다. 기업은 일이 없어서 돈을 못 버는데 인건비는 너무 빠르게 오른다.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얼마 정도 올리면 좋겠냐고 묻자 B 대표는 “동결”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올해 16%나 올린 데 이어 내년에 10% 더 올리겠다고 하는데, 차라리 한 번에 1만 원으로 올리고 5년 동안 동결하는 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어 더 낫다”고까지 했다.

천안에서 창문 공장을 운영하는 C 대표는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C 대표는 “지금은 위 단계 하청에서 받아오는 일감도 없다. 일도 없는데 인건비는 오르니 내년에는 공장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인건비 상승이 기업의 경영 부담 정도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추가 고용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모두 고용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금속 가공업체의 D 이사는 “솔직히 단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임금에 걸맞은 생산성을 올리지 못한다. 추가 고용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D 이사에게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추가 고용도 가능하지 않으냐고 묻자 “대기업이 일감을 주거나 업계가 활발하게 돌아가야 추가 고용을 하는 거지, 정부 돈 받아서 사람 더 뽑아 봤자 시킬 일도 없는데 그게 무슨 낭비냐”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송혜미 인턴기자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인건비 압박#중소 제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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