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납품가 ‘쥐어짜기’, 원가공개 요구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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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청업체에 회계 등 각종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관행을 불법으로 다루고 공공분야 입찰 등을 제한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경영정보를 요구하며 납품단가를 ‘쥐어짜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간 견고한 신뢰 기반 상생협력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중기부가 앞서 발표한 기술 탈취 대책에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대책이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납품단가를 깎기 위해 각종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이런 관행으로 중소기업 경쟁력이 약해졌고 결국 대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는 하청업체에 대한 경영정보 요구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영정보를 요구하는 행위 중 부당한 것만 제재했다면, 이제는 경영정보 요구를 원칙적으로 부당하다고 보고 정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를 서면으로 밝혔을 때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제재는 공공분야 입찰 제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깎거나 원가정보를 요구해 시정명령을 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형식으로 벌점을 부과해 공공분야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공정위로부터 관련 과징금을 두 번 이상 받거나 고발조치를 받을 때에도 공공분야 입찰을 제한한다.

또 정부는 납품단가 인하에 항의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보복행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보복행위가 적발되면 바로 공공조달에 참여할 수 없게 할 계획이다. 신고가 없더라도 당국이 조사할 수 있게 직권조사를 강화하고 불공정거래신고센터를 조합과 단체 중심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겉으로 각종 서류는 완벽하게 구비해 놓고 뒤로는 중소기업을 압박하며 경영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번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법과 제도만으로 근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장관도 “근본적으로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조만간 대기업들을 만나 이런 관행을 없애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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