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기홍]육체노동 정년 65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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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사망 또는 부상을 당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데 중요한 산정 기준이 되는 게 정년, 즉 ‘가동연한’이다. 직장인은 2013년 법 제정으로 2017년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60세 정년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법이나 취업규칙에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직업은 판단에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신체만 건강하다면 누구나 종사할 수 있는 육체노동의 정년은 보통사람의 가동연한을 뜻하므로 누구에게나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이는 판결로 정한다.

▷1956년 대법원은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55세로 판결했다. 그 후 하급 법원들은 육체노동자가 사고를 당했을 경우 55세까지 일할 수 있는 것으로 산정해 보상액을 정했다. 33년 후인 1989년 대법원은 “평균수명이 1950년대 남자 51세, 여자 53세에서 1989년은 남자 66세, 여자 74세로 늘어났다”며 ‘55세 판례’를 폐기했다. 이후 근 30년간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60세로 보는 판결이 주를 이뤘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는 승용차 운전 중 사고를 당한 A 씨가 버스운송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A 씨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초연금 수급연령을 65세로 한 것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그때까지는 돈을 벌 능력이 있다고 본 것인데 막상 사고가 발생하면 가동연한을 60세로 보는 것은 모순”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법 민사항소5부도 교통사고를 당한 가사도우미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했다.

▷요즘 60∼65세는 한창 일할 나이다. 택시기사 네 명 중 한 명은 60세 이상이다. 요즘 일손이 한창 달리는 복숭아 농장에 가보면 60대 이상 근로자가 태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2011∼2016년 우리나라 은퇴 평균 연령은 72세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은퇴연령이 상향돼야 경제활동인구와 연금수령자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기대수명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유럽의 정년은 2040년까지 70세, 미국은 70세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기홍 논설위원 sechepa@donga.com
#육체노동#정년#가동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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