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거로운 격식 차리지 마라”, 재계 거목 소탈한 마지막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구본무 LG그룹 회장 1945~2018
구본무 회장 20일 타계, 향년 73세
3일간 가족장으로… 22일 수목장, 구광모 ‘4세 경영 체제’ 본격화

20일 타계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동아일보DB
20일 타계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동아일보DB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타계했다. 향년 73세. LG그룹은 구 회장이 “20일 오전 9시 52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가족장 형태로 3일장으로 치러진다. “나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고인의 유지를 받든 것이다. LG그룹은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했던 고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평소 고인이 숲을 가꾸는 데 많은 정성을 쏟아온 만큼 수목장으로 치른다. 발인은 22일. 장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고인은 지난해 악성 뇌종양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지만 지난달 병세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치료를 받아왔다.

구 회장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로 1945년에 태어났다. 구 명예회장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아들이다. 1995년 아버지에 이어 50세에 LG그룹 회장에 오른 고인은 1998년 LG화학 대표이사 회장, LG전자 대표이사 회장을 맡으며 23년간 핵심 성장사업을 직접 챙겼다. 재계 변화도 이끌었다. 2003년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과 잡음 없이 분리한 과정도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여사와 구광모 LG전자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사업부장(상무), 구연경 씨, 구연수 씨 등 1남 2녀가 있다. 첫째 사위는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다. 구 상무는 구 회장 친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로,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2004년 아들이 없는 구 회장이 양자로 들였다.

구 회장 타계에 따라 LG그룹은 구 상무를 중심으로 한 4세 경영시대를 열게 됐다. ㈜LG는 앞서 17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구 상무를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구 상무의 이사 선임은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구 상무는 전문 경영인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끌게 된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가족 전통에 따라 LG에서 독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동일 dong@donga.com·김재희 기자
#재계 거목#타계#구본무 lg그룹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