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안되는데 가산점, 점수 낮으면 재시험… 홈앤쇼핑 부정채용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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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중기중앙회 임원들 청탁
합격자 10명 서류조작 등 드러나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넓히기 위해 설립된 TV홈쇼핑 ‘홈앤쇼핑’이 부정 채용을 위한 청탁 창구로 악용된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임원들이 자녀와 지인의 채용을 청탁하면 홈앤쇼핑 측이 ‘중소기업 우대’ ‘인사 조정’ 등의 명목으로 가점을 부여해 부적격자를 채용한 것이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중기중앙회 임원들의 부정 청탁을 받아 채용서류 심사를 조작해 부적격자 10명을 선발한 혐의(업무방해)로 강남훈 홈앤쇼핑 대표(63)와 여모 전 홈앤쇼핑 인사팀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홈앤쇼핑은 2011년 10월 공채 1기 최종합격자 75명 중 3명(4%)에게 서류상 가점을 줬다. 2013년 12월 공채 2기는 최종합격자 27명 중 7명(26%)의 서류 점수가 전형 과정에서 조작됐다.

강 대표 등은 서류심사 합격권 미달인 채용 청탁 응시자들에게 중소기업 우대와 인사조정 명목으로 각 10점씩의 가점을 부여해 통과시켰다.

공채 1기 선발 때는 중소기업 우대 명목의 가점(10점)만 있었는데 공채 2기 선발 때 인사조정 명목의 10점이 추가됐다. 이런 가점은 아무 기준 없이 회사가 부정 청탁 응시생들에게 임의로 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를 통과해도 인·적성검사 점수가 낮아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응시생에게는 따로 재시험 기회까지 제공했다.

경찰은 부정 합격자 10명 중 6명이 중기중앙회 부회장급 임원들의 자녀이거나 지인인 것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4명도 중기중앙회 임원 추천자로 경찰은 추정했다. 한 중기중앙회 부회장의 아들 A 씨는 공채 2기 서류심사 점수가 47점에 불과해 커트라인(59점)에 12점이나 미달했지만 가점 20점을 받아 67점으로 통과했다. A 씨는 인·적성검사에서도 ‘다소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홈앤쇼핑 측은 별도로 재시험을 볼 수 있는 특혜를 줬다. A 씨는 강 대표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 면접을 통과해 최종 합격됐다.

경찰은 중기중앙회가 홈앤쇼핑의 최대주주로서 대표 임명권까지 갖고 있어 강 대표가 부정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부정 청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금전이 오가지 않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라 채용을 청탁한 전현직 중기중앙회 임원을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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