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도 ‘정규직 전환’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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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출신 50여명 혁신모임 꾸려 “무분별한 전환 우려” 글 올리자 무기계약직 공격적 댓글 달며 반박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노노(勞勞) 갈등’이 점차 불거지고 있다. 시가 올해 11개 산하 기관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이래 기존 공채 정규직의 반발이 하나둘씩 밖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에 이어 세종문화회관 공채 출신 7∼9급 50여 명은 최근 ‘세종문화회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혁신모임’을 꾸렸다. 혁신모임은 시의 정규직화 방침에 원칙이 없으며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른 산하 기관 내부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에 대한 공채 출신들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달 말 혁신모임은 세종문화회관 인트라넷에 입장문을 올렸다. ‘장기계획 없이 이뤄지는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을 우려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이기적이고 자기만 안다’는 취지의 반박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다음 날 무기계약직 사원들은 ‘무기계약직 정규직화는 소외된 노동자들이 조금이나마 사람답게 살게 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글을 올렸다. 온라인에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이다.

혁신모임 측은 “차별을 없애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원칙 없는 정규직화는 정당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직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공채로 입사했지만 인사 적체로 9년 동안 승진을 못한 40대 사원도 있는데, 이보다 세종문화회관 경력이 짧은 무기계약직이 정규직 8급, 7급이 된다면 억울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계사나 노무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 중 5급 상당 임금을 받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 5급 전환을 요구하는데 이 또한 지나치다고 혁신모임 측은 말한다. 이에 대해 무기계약직 측은 유사, 동종 업무는 기존 직군으로 편입하며 이질 업무는 별도 직군을 만들어 통합할 것을 요구한다.

혁신모임 측은 정규직화 논의 과정에서 힘의 논리에 밀려 정규직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세종문화회관 노조에서 공채 출신은 30여 명이다. 나머지 약 400명은 외부사업장 근무자와 예술단원 등 무기계약직이다. 혁신모임 관계자는 15일 “노조에서 우리가 소수다 보니 사실상 정당한 문제 제기나 요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서울시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큰 틀만 제시할 뿐 구체적 방침은 손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알아서 하라”는 식은 문제라는 것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예산 증가도 알아서 처리하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2014년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때 늘어난 인건비 약 10억 원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체 부담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전환 비용을 비롯해 직급과 임금 책정 문제 등은 계속 논의해 세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계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산하 기관 가운데 최대 규모인 서울교통공사는 3년 차 안팎의 공채 출신들이 무분별한 정규직화에 반대하며 두 달 넘게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와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을 결성했다. 혁신모임 측은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서울교통공사 청년모임과 힙을 합쳐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세종문화회관#정규직#전환#댓글#공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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