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부실매각 반대” 하나 된 광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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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정승호·광주호남취재본부장

정승호·광주호남취재본부장
정승호·광주호남취재본부장
광주가 모처럼 하나가 됐다.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때문이다. KDB산업은행 등 주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기업 규모 등에서 10분의 1 수준인 세계 34위 타이어 업체 중국 국영기업 더블스타에 매각하려 하자 지역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이 한목소리로 부실 해외 매각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광주가 특정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동안 지역 여론이 한데 모아진 것은 5·18특별법 제정, 호남고속철도 조기 착공, 광주 여름유니버시아드 성공 개최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와 비정규직지회 등은 16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각계각층에 금호타이어 부실 해외 매각 반대와 저지를 위한 대책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틀 후 윤장현 광주시장과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단이 만났다. 이 자리서 허용대 금호타이어 노조 대표지회장은 “현재의 금호타이어 위기는 곧 광주의 위기”라며 “더블스타가 매각 금액 조정을 요구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광주시가 중심을 잡고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강성 노조가 대책위 구성을 제안한 것은 부실 해외 매각에 따른 파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조는 고용보장 등을 조건으로 해외 매각에 동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방향을 급선회했다.

노조가 이런 위기의식을 갖기 수개월 전부터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와 경제단체 등을 중심으로 부실 해외자본 매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핵심 기술만 챙긴 뒤 고임금 강성 노조의 한국 공장은 폐쇄하고 임금이 싼 중국으로 떠나는 이른바 ‘먹튀’를 우려했다. 그래서 한목소리로 매각 중단과 공정한 재입찰을 촉구했다.

현재 금호타이어가 보유하고 있는 874개 특허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특허는 50여 개다. 금호타이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투기 이착륙용 타이어와 군용트럭 타이어 등 특수기술이 필요한 타이어를 제작하고 있는 방위산업체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금호타이어 광주·곡성공장 근로자는 3800여 명, 연 매출액은 3조 원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제조업체로 광주지역 생산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점을 감안해 대선 후보 시절 금호타이어 매각 금액보다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 등 국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 것은 금호타이어가 흔들리면 지역경제도 위험해진다는 절박함과 유일한 향토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애향심의 발로다. 더블스타가 최근 채권단에 매각 금액 인하를 요구하는 등 매각이 새 국면을 맞은 만큼 청와대와 정부는 공정한 매각을 위해 조정자로 나서야 한다. 금호타이어 노사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머리를 맞대고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게 바로 향토기업에 애정을 갖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보답이다.

shjung@donga.com
#동서남북#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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