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회의엔 원하는 사람만 참석하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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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우리는 일하기 위해 회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회의를 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것이 정상일까.

전자가 정상이지만, 현실은 후자인 경우가 많다. 만약 당신이 직장에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좀 더 생산적으로 일하고 싶다면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직원들에게 혼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주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회의 때문에 정작 일할 시간이 없다.

월요일 주간 미팅은 꼭 필요할까. 한나절 걸리는 월간 미팅은? 조직 컨설턴트들이 회의 문화를 혁신할 때 종종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는 이런 것이다. “만약 향후 2주 동안 모든 회의를 취소한다면, 이 조직에는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나는 것일까?” 대부분 아무 이상 없다. 회의를 소집하는 ‘높은’ 사람들의 심리에는 자신이 회의를 소집하면 사람들이 수첩 들고 다 모이는 것에서 힘을 확인해 보는 것, 직원들을 눈앞에 두고 이야기해야 뭔가 일하고 있다는 묘한 심리적 만족감 등이 자리한다.

회의가 필요한 경우는 딱 두 가지다. 다양한 사람이 서로 모여 생각을 확장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야 하거나, 생각을 좁혀 나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원래는 회의 목적 중에 정보 공유도 있었지만, 그건 20세기 일이다. 요즘은 e메일이나 카톡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금은 21세기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이 시대에 습관처럼 하는 회의 문화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회의는 직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활동이면서도 혁신에서 소외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회의를 꼭 소집해야 한다면 오후 2∼5시 사이에 하는 것은 어떨까. 오전에는 직원들이 맑은 정신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놔두자. 오후 5시 넘어 퇴근 시간에 회의를 소집하는 꼰대 짓은 이제 줄이자. 퇴근 무렵에 회의 소집해서 내일 아침까지 일 끝마치라는 지시는 정말 위급한 일이 아니면 피하자.

횟수를 줄이는 것이 회의 문화 혁신의 첫 번째 방법이라면 두 번째는 참석자를 엄선하는 것이다. 어떤 윗사람은 별 생각 없이 “다 모이라고 해”라고 말한다. 정말 다 필요할까. 일부 선진 기업에서는 회의 주관자가 회의의 목적과 시간 장소만 공지하고, 참석 여부는 직원 각자가 정한다. 자신의 일에 회의 참여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참석하고 아니면 참석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당연히 그 정도 판단력을 갖고 있다. 회의에는 꼭 와야 할 소수의 사람이 있다. 사안에 대해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의사 결정을 하거나 관여하는 사람, 결정된 사안을 실행할 사람, 그리고 사안의 성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

‘꼭 참석해야 할 사람’과 ‘참석하면 좋을 사람’은 다르다. 참석하면 좋을 사람이란 참석하지 않아도 좋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디어 회의라면 다양한 부서 혹은 외부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 좋고, 의사 결정 회의라면 그 사안에 익숙한 사람들이 모여 하는 것이 좋다. 의사 결정에서 별다른 이견 없는 만장일치는 위험한 결정일 수 있다. 이때는 의심해 보고 반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셋째, 회의 건수를 대폭 줄이되 기왕 할 회의는 제대로 하자. 회의의 성공은 목적과 의제 설정 같은 회의 이전 준비와 회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우리는 수많은 회의를 하고도 아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회의를 위한 회의를 계속 만들어 낸다. 회의 어젠다를 만들 때에는 발표 순서나 내용보다 중요한 것이 목적이다. ‘예산 부족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세 가지 만드는 것’과 같이 구체적인 목적을 명확히 하자. 그리고 모든 회의의 마무리는 액션플랜으로 하는 것이 좋다. 논의만 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의 종료 10분 전에는 각자 자리로 돌아가 해야 할 구체적 행동을 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

10명을 모아 놓고 1시간 동안 회의하는 것은 1시간 회의가 아니라 ‘10시간 회의’다. 당신이 직장에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면 회의를 덜 소집하는 것만으로도 조직과 직원들에게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경제학자인 토머스 소웰은 이렇게 말했다. “회의를 즐기는 사람은 그 어떤 것의 책임자도 되어서는 안 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월요일 주간 미팅#회의의 목적#꼭 참석해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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