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갈길 먼데… 한진해운-삼성重 노사갈등 몸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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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인력 350여명 정리해고”, 노측 “그룹 내 고용승계 이뤄져야”
수주가뭄 삼성重 “창립기념일 출근”, 노협 “일방 통보” 반발… 몸싸움 충돌

 한진해운과 삼성중공업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들이 노사 갈등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기업과 일자리와 근무조건을 지키려는 근로자 사이에 갈등이 커지면서 노사관계가 구조조정의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예정보다 빨리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 19일 한진해운 육원(육상근무원)노조에 따르면 이 회사 사측은 전날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현재 매각이 진행 중인 미주 노선 관련 인력 300여 명만 남기고 나머지 350여 명은 정리해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사측은 회생 계획안을 내는 12월에 인력 조정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앞당기는 것이 회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노조를 결성한 장승환 육원노조위원장은 “대량 해고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한진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고용 승계가 이뤄졌으면 한다”며 “해운업의 노하우를 알고 있는 직원들이 관련 업계에서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고 말했다.

 육원노조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도 서한을 보내 “선대 회장님부터 한진그룹은 ‘인화(人和)’를 모토로 내세웠다”며 “회사의 가족인 직원을 사지로 내모는 것은 선대 회장님을 욕보이는 것이며 위대한 기업가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청산될 가능성이 높은 한진해운으로서는 들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사측은 근무평가와 상벌 등 기준에 따라 정리해고 대상을 정할 방침이다. 노조는 정리해고 대신 위로금이 나오는 희망퇴직이라도 가능하길 바라고 있지만 사측은 사실상 힘들다는 뜻을 전했다. 노조는 “자산 매각이 끝나지 않았고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남은 상황에서 정리해고부터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창립기념일 출근 문제로 직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19일 42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은 삼성중공업은 회사 창립 후 처음으로 창립기념일에 정상 출근을 했다. 이달 들어서야 올해 첫 수주를 할 정도로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공기(工期)를 앞당기고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정상 출근을 결정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날 오후 경남 거제시 본사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극한의 원가혁신과 남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일감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서 노조 역할을 하는 노동자협의회(노협)는 “창립기념일 정상 출근은 일방적 통보로 정해진 것”이라며 반발했다. 노협은 전날부터 조선소 내 안벽을 차단하는 투쟁에 나섰고 19일에는 다른 직원들의 출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사측 관리직과 노협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협 측은 근로자 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출근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무단결근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앞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에서도 노조가 13, 14일 이틀간 올해 여섯 번째 파업에 돌입했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1000여 명 규모 희망퇴직 실시와 2000여 명 규모의 분사 및 아웃소싱에 반대한다”고 밝히는 등 대표적인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의 노사 갈등이 점점 첨예해지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노조#파업#한진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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