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민노총 2차집회 금지 검토… 폭력시위 원천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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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때처럼 불법 변질 우려 높아, 민노총 “상경투쟁”… 신고 아직 안해
‘집회의 자유’ 침해 놓고 논란 예상… 경찰 “14일 시위로 3억8960만원 피해
부상자 치료비와 함께 손배 청구”… 한상균, 은신 일주일만에 모습 드러내

경찰이 다음 달 5일 ‘2차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열겠다는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금지 통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서대문구 경찰청까지 행진하겠다고 신고한 옥외집회도 금지를 통고했다. 집회가 신고내용과 달리 폭력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23일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와 이에 참가한 53개 단체 명의로 다음 달 5일 집회 신고가 들어오면 신고 내용이나 목적을 면밀히 파악해 폭력시위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금지 통고하겠다”고 밝혔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2차 집회가 공공질서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금지가 통고된 집회를 개최하면 주최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단순 참가자도 처벌받을 수 있다.

투쟁본부 측은 강경한 2차 투쟁대회를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다음 달 5일 전국 각지에서 2차 대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공안 탄압에 맞서기 위해 1차 대회처럼 집중 상경투쟁 방식으로 치를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쟁본부가 다른 명의로 집회 신고를 한다면 사실상 막기는 어렵다. 경찰이 2013년 7월 덕수궁 대한문 앞을 점거한 쌍용차 범대위 집회를 물리적 충돌과 교통 혼잡, 시민 불편 등을 이유로 금지했다가 소송을 당해 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쌍용차 범대위에 참여한 참여연대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 신고를 하자 경찰이 이를 금지했다가 소송을 당했고, 집회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패소했다.

하지만 이번 폭력시위를 계기로 반복해서 폭력 시위를 저지른 단체의 집회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투쟁본부에 참가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등 상당수 단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광우병, 제주해군기지 건설, 쌍용차 정리해고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반정부 집회에 계속 참가했다.

현재 경찰은 53개 단체 중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를 포함한 46개 단체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2008년 광우병 시위 때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불법시위를 일삼는 단체가 참여하는 집회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금지통고를 행사해야 한다”며 “수십개 단체가 연합해 나오는 시위가 반복적으로 불법을 저질러도 사후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만큼 이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국민의 권리인 집회 시위를 범죄로 간주해 문제”라며 “집회를 폭력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민 주권을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14일 시위 현장에서 파손된 경찰 장비의 손해 추정액이 3억8960만 원이라고 23일 밝혔다. 시위대에 맞아 부상한 경찰관 113명의 치료비 등을 합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또 민주노총 압수수색 등 시위 기획부터 실행, 증거인멸까지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신속히 하고 이미 출석 요구한 투쟁본부 참가 46개 단체 대표가 끝내 불응하면 혐의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53)은 은신 일주일 만인 23일 오후 모습을 드러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12월 5일 민중총궐기 시위 평화적 진행 △노동자 대표와 정부의 대화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 중단 등 세 가지 사안의 중재를 요청했다. 화쟁위는 24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일지 논의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23일 오후 2시 20분경부터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조계사 부주지 담화 스님을 면담했다. 한 위원장은 면담 후 피신 중인 관음전 건물 입구까지 나와 이들을 배웅한 뒤 취재진을 향해 합장하며 인사하는 여유를 보였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성진 기자
#민노총#한상균#폭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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