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근로자 앞에서 담배 피우며 퇴직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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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주 의원 ‘경단녀’ 282명 조사… 육아휴직 사용 11% 그쳐

“임신부 앞에서 대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사실상 ‘관두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A 씨)

“출산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와서 ‘육아휴직은 안 쓰는 게 좋겠다. 쓰면 (복직은) 장담 못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죠. 그만둘 수밖에….”(B 씨)

출산 전후 휴가와 육아휴직 같은 모성보호제도는 실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 근로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민현주 의원이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일을 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 2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한 비율은 35.1%에 그쳤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30명(10.6%)에 불과했다.

출산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사유로는 ‘임신 중 일이 힘들어 퇴직해서’란 답이 48.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출산 전후 휴가를 가기 힘든 회사 분위기로 출산을 앞두고 퇴직해서’(24.7%), ‘임신하면 퇴직해야 하는 분위기라 임신 중에 퇴직해서’(15.7%) 순이었다.

민 의원실에서 진행한 ‘경단녀’들의 심층 인터뷰에서는 눈칫밥을 먹는 현실이 더욱 자세히 드러났다. 비서로 출산 한 달 전까지 회사를 다니다 그만둔 C 씨는 “임신을 했다고 하니 첫 반응이 ‘오래 다니기 힘들겠네’라는 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리가 붓고 배가 불렀지만 임신 8개월 때까지 외국 바이어가 오면 찻잔을 날랐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제도들이 현장에서 정착되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임신 근로자#담배#퇴직 압박#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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