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문제로 희비 엇갈린 조선업 맞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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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합심’ 대우조선, 초대형 LPG선 2척 따내… 노조위원장이 계약식 참석

조선업계 1, 2위 업체가 노조 문제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노사 화합 속에서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사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성만호 노조위원장(왼쪽 사진 왼쪽)과 함께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오른쪽 사진)는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3일 울산 사내 노조 건물 앞에서 개최한 임금 및 단체협상 보고대회 모습.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조선업계 1, 2위 업체가 노조 문제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노사 화합 속에서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을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의 고재호 사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성만호 노조위원장(왼쪽 사진 왼쪽)과 함께 경남 거제시 옥포조선소에서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 노조(오른쪽 사진)는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3일 울산 사내 노조 건물 앞에서 개최한 임금 및 단체협상 보고대회 모습.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성만호 노조위원장
성만호 노조위원장
24년 연속 노사 무분규를 달성한 대우조선해양이 대형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수주 계약식에는 노동조합 위원장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아시아지역 선사로부터 8만4000m³급 초대형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VLGC) 2척을 수주했다고 16일 밝혔다. 전체 수주액은 1억6000만 달러(약 1648억 원) 규모다. 해당 선박은 길이 226m, 폭 36.6m 규모로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17년에 선사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을 포함해 올해 12척의 VLGC를 수주했다.

VLGC는 전 세계 LPG 수송의 7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선박으로 아시아와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발주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고유가로 인해 LPG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발주가 늘고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번 수주 계약식에는 다음 달 임기를 마치는 성만호 대우조선해양 노조 위원장이 참석했다. 성 위원장은 2011년 2월 덴마크 1만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계약식을 시작으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취임 후 성사된 첫 계약식 등 회사의 주요 수주 계약에 동석해 왔다. 회사 측은 성 위원장의 계약식 참석이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성 위원장이 계약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여섯 번째다.

이런 행보는 노조원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성 위원장은 2010년 10월 이 회사 노조의 제14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2012년 재선에 성공했다. 성 위원장은 “1980, 90년대처럼 투쟁 일변도의 노조 활동을 할 때와는 시대상이 달라졌다”며 “서로 화합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려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노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사는 8월 일찌감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고 24년째 무분규를 이어갔다. 고 사장은 “경영 현황 등을 투명하게 공유해온 것이 원만한 노사 관계의 기틀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재임 기간 동안 노사가 상생하도록 기여한 성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 ‘파업 전야’ 현대重 ▼

실적악화 겹쳐 최악의 위기… 신임 사장 역할에 주목

권오갑 신임사장
권오갑 신임사장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중공업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대해 조정 연장을 결정하면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16일부터 추가 협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노사는 19일까지 4일간 집중교섭을 갖게 됐다. 교섭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노조는 다시 중노위 조정을 거친 뒤 파업 수순을 밟게 된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36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통상임금 확대를 포함해 현대자동차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4∼6월)에 1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설상가상으로 19년 무분규를 이어온 노조가 파업 수순에 들어가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노조 내에서도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자살한 근로자를 민주열사로 추모하자는 민주노총과 갈등을 빚다가 2004년 민노총에서 제명됐다. 당시 조합원들은 민노총에 다시 가입하지 않기로 동의하는 등 현대중공업 노조는 비교적 합리적인 조직으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권오갑 그룹 기획실장 겸 사장이 취임하면서 노사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사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노(勞)와 사(社)라는 편 가르기를 그만두자”며 “현대중공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또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사장을 포함해 임원과 부서장 등 리더의 위치에 있는 직원들부터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의 구원투수로 나선 권 사장이 노사 모두에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노조와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2011년에는 노조가 설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사측에 임금 협상을 전적으로 위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권 사장은 노사의 신뢰와 희망을 상징하는 진돗개 2마리를 노조에 선물했다. 지난해에는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집중교섭 기간인 17일에도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하며 회사를 압박할 계획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대우조선해양#LPG 운반선#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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