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강성노조 부담”… 車생산 야금야금 해외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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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빅뱅, 상생의 틀을 짜자]<2>생산성 향상, 타협에 길 있다

“(통상임금 확대 적용과 관련해) 현재 상황으로는 전면전을 포함한 투쟁전선의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지난달 18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 소식지)

“(노조가 파업하면) 법대로 하겠다.”(지난달 25일 윤여철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

이르면 이달 말 임금협상에 돌입하는 현대차 노사가 벌써부터 뜨거운 장외 설전을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더라도 임금 총액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노조는 통상임금이 늘어난 만큼 임금인상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지난 3년간 소급분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단 지난해 노조원 23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 이슈는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 노사 대타협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각종 노동 현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 해외로 뺏기는 생산물량


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466만 대, 2012년 456만 대, 지난해 452만 대로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우선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이 정체돼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회사의 국내 생산량은 345만∼349만 대 수준이었다. 그 대신 생산성이 높은 해외에서 생산량을 늘렸다.

해외자본에 매각된 르노삼성자동차(2011년 24만 대→지난해 13만 대)와 한국GM(2011년 81만 대→지난해 78만 대)도 그룹 내 다른 생산기지에 생산물량을 뺏긴 상황이다. 르노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는 한국의 높은 임금수준과 통상임금 이슈, 껄끄러운 노조 등을 투자 확대의 걸림돌로 꼽고 있다. 미국에서도 1980년대 자동차업체들이 강성노조를 피해 ‘스노 벨트’(북부)에서 ‘선 벨트’(남부)로 대거 이전하면서 산업공동화 이슈가 부각된 적이 있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과 자본이 인건비가 낮고 생산성이 높은 곳을 찾아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글로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선 노사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소기업들이 더 큰 문제

근로시간 단축은 일부 중소기업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대기업이 납기일을 빠듯하게 설정하면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설비 확충이나 인력 충원을 결정하기도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고민이다.

중견 조선업체 A사는 지난해 일감이 늘어나면서 하도급 인력을 상당수 충원했다. 그럼에도 평일 잔업은 물론이고 휴일 근로도 병행하고 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사람을 더 뽑으면 그만이라고 하지만 숙련된 사람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면서 “근로시간 단축이 막 살아나려는 조선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계도 마찬가지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만약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지금 상태에서 통과된다면 국내 자동차업체에 대한 납품 차질은 물론이고 어렵게 잡은 해외 바이어들도 놓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은 대기업보다는 잔업이 많은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점진적 근무시간 단축과 함께 유예기간이나 초과근로수당 책정방식 등에 대해서도 재계와 노동계가 한 발씩 양보해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협력적 파트너로 인정해야

삼성전자 사원협의회는 2월 말 정년을 만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6세부터는 매년 임금을 전년 대비 10%씩 줄여나가는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그러나 노조의 입김이 센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삼성처럼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 노동계는 재계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실현을 위해 단기적이고 이념적 투쟁보다는 좀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기업도 노조를 적대시하고 불필요한 존재로 보는 전략을 수정해 노조의 협력과 참여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박창규 기자
#통상임금#강성노조#차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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