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검찰 부실수사로 피해자 10년 옥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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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월 17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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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진범 불구속지휘로 사건진상 장기간 은폐”
“검찰총장, 피해자·가족·사건 유족에 사과해야” 권고

17일 오전 광주 법원 앞에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청구인 최모씨(32)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한 최씨가 청구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6.11.17/뉴스1 ⓒ News1
17일 오전 광주 법원 앞에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청구인 최모씨(32)의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한 최씨가 청구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6.11.17/뉴스1 ⓒ News1

검찰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형식적이고 부실한 수사해 진범으로 몰린 피해자가 1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검찰 과거사위원회 결론이 나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는 지난 14일 대검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약촌오거리 사건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이같이 심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오거리 소재 버스정류장 앞길에서 택시기사 칼에 마구 찔려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15세 소년이 경찰의 폭행 등 가혹행위에 따른 허위자백으로 무고하게 기소돼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3년 뒤 진범이 검거됐음에도 검찰이 진범에게 면죄부를 줬다.

과거사위는 먼저 무고한 피해자 최모씨를 기소하고 공소유지한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봤다.

검찰이 형식적이고 부실한 수사를 토대로 최씨를 살인혐의로 기소했으며 이 때문에 15세 소년이 10년을 억울하게 복역했다는 점에서 과오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최씨는 경찰에 체포된 뒤 여관에 감금돼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검찰로 이첩된 뒤에도 두려움이 유지되는 상태에서 범행을 거짓 자백했다.

검사는 최씨가 경찰에서 자백했더라도 Δ기록상 확인되는 목격자 진술 등 택시강도 정황이 최씨의 자백과 배치되는 점 Δ최씨의 휴대폰 통화내역 및 피해자 운행 택시 타코미터 기록이 자백과 부합하지 않는 점 Δ최씨가 입었던 옷에서 혈흔반응이 없었던 점 등 보강수사를 통해 의문점을 해소하고 최씨의 진범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과거사위는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또 검찰이 진범 김모씨에 대한 신병 확보 필요성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해 불구속 지휘하는 등 부실한 수사지휘로 사건의 진상이 장기간 은폐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군산경찰서가 진범 김씨를 체포해 자백을 받아 신병지휘했던 당시 Δ김씨가 범행을 시인한 상태였던 점 Δ함께 검거된 조력자 임모씨 또한 범행을 시인했던 점 Δ진범 김씨의 진술이 피해자 최씨 수사 당시 확보한 부검 결과 등과 부합했던 점을 종합하면 김씨를 구속수사하는 게 맞는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과거사위는 검사가 이후에도 김씨에 대한 경찰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못하게 하거나 현장 압수수색영장을 부당히 기각하고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지휘를 반복했으며 그 지휘 내용상 증거법적 오류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17일 오전 광주 법원 앞에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청구인과 변호인 등이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2016.11.17/뉴스1 ⓒ News1
17일 오전 광주 법원 앞에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재심 청구인과 변호인 등이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2016.11.17/뉴스1 ⓒ News1
검찰이 2016년 진범 김씨를 구속기소할 당시 확보된 증거관계와 2006년 김씨를 ‘혐의없음’ 처분할 당시 증거관계가 실질적으로 동일함에도 진범 김씨를 ‘혐의없음’ 처분해 피해자 최씨가 무고함을 벗을 기회를 놓친 채 4년을 더 복역하고 만기출소했다는 과오도 인정됐다.

군산경찰서는 2004년 6월께 검사의 보완수사 지휘 이후 진범 김씨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중단했다가 2006년 1월쯤 수사지휘를 건의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검사는 이전 지휘검사에게 사건 내용과 성격 등을 문의하지 않았다. 또 진범 김씨와 조력자 임씨 등 진술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속단해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하도록 지휘했다. 아울러 진범 김씨와 피해자 최씨를 형식적으로 1회 대질조사한 것 외에는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2006년 7월 진범 김씨를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이 사법 피해자 최씨와 그 가족,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유족에 대해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방법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은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사건의 신속·효율적인 이행방안을 수립하고 철저히 시행할 것”과 “최씨에 대한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에 대해 재항고한 경위 등 본건 재심 대응의 적정성을 소상히 파악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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