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쓰고보자, 지름신에 빠진 中청춘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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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30세대, 과소비 빚수렁 허우적

중위권 대학을 졸업한 중국인 왕모 씨(26)가 상하이(上海)에서 찾은 첫 번째 직장의 월급은 고작 3000위안(약 49만 원)이었다. 이 돈으론 월세는 물론이고 최신형 스마트폰은 꼭 사고야 마는 자신의 소비 습관을 감당할 수 없었다.

신용카드 대출로 부족한 금액을 충당했다. 신용카드 4개로 6만 위안(약 983만 원)을 대출했다. 이후 온라인 대출기관(P2P)에서 7만 위안을 더 빌렸다. 한 달 이자만 1500위안이었다. 최근 왕 씨는 월급이 1만2000위안인 정보기술(IT) 회사로 옮겼지만 여전히 8만 위안의 부채를 안고 살고 있다.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생),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생)로 불리는 중국의 20, 30대 사이에 불고 있는 신용카드 사용 열풍이 중국 내에서 부채에 대한 공포를 높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중국의 바링허우, 주링허우는 대출을 받아서라도 소비 욕구를 채우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자동차 및 고가 전자제품 구입, 인테리어 지출, 휴가 등의 소비 패턴이 신용카드 대출 등 소비자금융대출액을 크게 높였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금융대출액은 6조8000억 위안(약 1114조)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까지 합치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33조 위안(약 5407조 원)에 달한다. 세계 금융통계 정보 제공업체인 CEI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48.97%에 달한다. 10년 전(2007년) 18.74%에 비해 2.6배로 증가한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하는 미상환 사례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중국인 신용카드 미상환(6개월) 액수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미상환 액수가 711억4800만 위안(약 11조6668억 원)에 달했다. 2010년 미상환 액수가 76억8900만 위안(약 1조2605억 원)이었으니 8년 만에 9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신용카드 대출 등 소비자금융대출은 여러 투자자들의 자금을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에 빌려주는 온라인 대출(P2P) 광풍과 만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대출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이런 소비자금융대출은 대출 장벽이 거의 없어 중국 금융위기를 가져올 판도라의 상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빚을 내서라도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중국 20대 소비자들이 P2P의 핵심 고객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온라인금융 정보업체 왕다이즈자(網貸之家)에 따르면 바링허우 주링허우의 대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P2P를 통한 대출액은 8722억8000만 위안에 달했다. 5년 전인 2013년 124억3200만 위안에 비해 무려 70배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P2P는 부실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 3개월 이상 부실여신 비율이 15%를 넘어섰고 기한이 지난 대출 비율은 50% 이상이나 된다. 중국 당국이 P2P 단속에 나서자 투자자들이 6일 베이징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려다 해산당하는 등 사회 불안 요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신용카드, P2P를 통해 대출을 받아서라도 소비하겠다는 20, 30대 중국 젊은이들의 과소비 열풍은 기업 부채를 줄이고 가계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가 중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8월 기준) 개인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은 77.1%에 달했다. 11년 전인 2006년 18.5%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10여 년 사이 4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중국 금융전문가들은 중국 가계가 매달 소득의 17%를 빚을 갚는 데 쓰고 있고 저소득층 가정은 매달 47%를 채무 상환에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가처분 소득의 부채 비중이 80%에 가까워진 것은 중국 가계들이 빚을 한 번에 갚으려 하면 중국 소비가 붕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가계부채가 중국 소비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소매판매 성장률이 2013년 12%에서 올해 8%로 둔화하는 등 이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 2030세대#과소비 빚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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