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이 두손 든 ‘여성 상의탈의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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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女가슴이 음란물이냐”, 대낮 강남 페북코리아 앞서 시위
페북 5월 ‘음란물’ 삭제사진 복원, “사회적 메시지 담으면 허용” 사과
경찰도 ‘공연음란죄’ 적용 고심

2일 오후 1시경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명이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는 음란물이 아니다”란 구호를 외쳤다.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등의 팻말을 들고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근처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공연음란죄로 체포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하지만 회원들은 “저희 몸을 음란한 어떤 행위로 인정하는 거냐. 그래서 공연음란죄로 체포하겠다는 건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경찰이 이불로 이들의 몸을 가리는 등 실랑이를 벌인 끝에 10여 분 만에 퍼포먼스는 종료됐다.


회원들은 시위 목적을 “페이스북이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고 남성의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월경페스티벌’에서 회원들이 상의 탈의를 하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이 삭제하고 1개월 계정 정지를 내린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당사의 오류로 사진이 삭제됐다’며 공식 사과했다.
페이스북코리아는 ‘당사의 오류로 사진이 삭제됐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에 경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공연음란죄가 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판례에 따르면 ‘음란한 행위’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뜻한다. 단순히 신체 노출이 있다는 것만으로 공연음란죄가 되지 않고 일시와 장소, 노출 부위, 의도 등 종합적인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환 JY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연음란죄의 판례가 많지 않고 판단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음란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번 사건은 회원들의 행위와 의도를 고려했을 때 공연음란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해당 시위가 끝난 뒤 삭제했던 사진을 원상 복구하고 회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게시물이 삭제됐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며 “해당 게시물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판단해 다시 게시를 허용했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규정에 따르면 나체와 성적 이미지는 ‘불쾌한 콘텐츠’로 간주해 게시를 금지한다. 그러나 모피 반대 시위처럼 나체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불러일으키거나 교육·의학적인 이유가 있다면 해당 이미지를 게시할 수 있다. 다만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국가별 정서나 법적 허용 수위가 다르기 때문에 정부가 삭제를 요청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회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 글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대학원생 이모 씨(28)는 “퍼포먼스의 취지가 타당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화와 관습법이라는 게 있는데, 불특정 다수가 다니는 곳에서 여성이 상의 탈의를 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황규락 기자
#페북#여성 상의탈의 시위#공연음란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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