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싸고, 대용량 제품 쓰고…‘4인 가족 쓰레기 줄이기’ 사흘 해보니

  • 주간동아
  • 입력 2018년 5월 6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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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지구촌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이 1월 1일을 기점으로 재활용쓰레기를 더는 수입하지 않자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 이는 지난해 7월 이미 예고된 바다. 당시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플라스틱, 종이 등 24종의 고체 폐기물을 2018년부터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알렸다. 수입 쓰레기가 중국의 환경을 파괴하고 국민 건강을 해친다는 여론이 커진 데 따른 것이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의 재활용쓰레기통’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부터 중국은 재활용쓰레기를 수입해 재처리한 뒤 이를 제조업 분야에 공급했다. 중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이 수입을 중단하자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한 차례 홍역을 앓았고 해결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중국발 ‘쓰레기 대란’ 이후 실천 움직임


4월 1일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2차 재활용 수거업체들은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했다.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폐지와 폐플라스틱, 고철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당 150원 안팎이던 폐지 가격은 석 달 만에 40원대로 떨어졌다. 폐지뿐 아니라 폐플라스틱, 고철, 유리병도 절반 값이 됐다. 이에 효용가치가 있는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폐비닐과 폐스티로폼도 무상으로 수거해가던 재활용업체들이 처리비용 부담을 이유로 수거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주민 대부분이 재활용쓰레기를 버리지 못해 원성이 자자해지자 환경부는 4월 2일 48개 재활용업체와 협의해 폐비닐 등을 정상 수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환경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폐비닐, 일회용컵 등 플라스틱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겪은 대다수 시민은 쓰레기 배출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워킹맘 박지혜(36) 씨는 “우리나라의 쓰레기 분리 수준이 선진국보다 높다고만 알았을 뿐, 지금까지 중국이 쓰레기처리장 역할을 한 줄은 몰랐다. 이제 중국이 문을 닫았으니 국내에서 자체 처리를 해야 할 텐데 아무런 변화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나부터 재활용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분리수거할 쓰레기는 깨끗하게 처리해 쉽게 재활용할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 쓰레기 대란이 발생한 4월 초, 집 안에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면서 국민 한 사람으로서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리란 생각에 직접 실천해보기로 했다. 기자와 남편, 그리고 6세, 3세 딸아이가 있는 4인 가구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을 실험 기간으로 정했다. 쓰레기 줄이기 실천 첫 주인 4월 20일부터 22일까지는 평소대로 생활하고, 일주일 뒤인 4월 27일부터 29일까지는 최대한 쓰레기를 줄여보기로 했다.

평소 재활용쓰레기 배출량, 사흘 동안 20ℓ

쓰레기 줄이기 실천 전 주말 사흘 동안 재활용쓰레기만 20ℓ가량 나왔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은 후 나오는 비닐류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쓰레기 줄이기 실천 전 주말 사흘 동안 재활용쓰레기만 20ℓ가량 나왔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은 후 나오는 비닐류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평소처럼 쓰레기를 배출하기로 한 첫날,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오전 8시 현관 앞으로 신문이 배달돼왔다. 신문은 평소 일주일에 한 번씩 주방 냄비 보관함 밑이나, 한 달에 한 번씩 옷장 밑에 깔아 재사용하는 편이다.

오전 11시에는 마트에서 생수 6개 페트병 묶음 2팩이 배달돼왔다. 2주에 한 번꼴로 주문하는 편으로, 4인이 생수를 소비하다 보니 하루에 페트병 한두 개가 쓰레기로 배출됐다. 그나마 봄철이라 생수 소비량이 적은 편으로, 한여름이 되면 물 소비량이 거의 2배가 돼 생수 페트병 쓰레기도 그만큼 늘어난다. 우유도 매주 배달해 마시는데, 배달 제품 가운데 종이팩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것을 받는다. 우유와 함께 달걀도 2주에 한 번씩 주문하는데, 깨질 것을 염려해서인지 에어캡에 담겨져 온다.

점심식사의 경우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해결하고, 기자 또한 회사에서 먹어 집 안에 쓰레기가 생기지 않았다. 저녁은 간단하게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먹었는데 이미 장을 봐둔 당근, 감자 같은 채소와 쇠고기가 있었다. 이날은 기타 쓰레기가 없었지만, 보통은 장을 볼 때 채소류는 비닐봉지에 담아 저울에 무게를 달기 때문에 늘 비닐 쓰레기가 생긴다. 이런 비닐류는 채소 겉면의 흙이 묻기 때문에 재사용이 어렵다. 쇠고기도 마찬가지다. 고기류는 정육점에서 무게를 달아 스티로폼 접시에 담고 비닐로 또 한 번 싸서 주기 때문에 비닐과 스티로폼 쓰레기가 늘 배출된다. 이 밖에 카레 가루가 이중 포장돼 있어 겉포장 비닐과 속내용물 비닐이 쓰레기로 나왔다.

이튿날은 가족 모두 집에 있는 토요일로 쓰레기가 실시간 배출됐다. 아침은 간단하게 빵과 요구르트, 삶은 달걀, 우유로 해결했는데 4개씩 붙어 있는 요구르트 한 팩이 순식간에 쓰레기로 나왔다. 아침식사 후 아이들은 2주 전에 사둔 젤리와 아이스크림을 달라고 떼를 썼다. 주중에는 먹지 못하게 하는 터라 주말에는 아침부터 달라고 아우성을 쳐 아이들 손에 하나씩 쥐어줬다. 아이들 간식은 대부분 이중 포장돼 있는데, 특히 젤리는 예닐곱 개씩 담긴 손바닥만 한 비닐봉지 20~30개가 한 박스라 아이들이 먹는 족족 비닐 쓰레기가 나왔다. 그나마 봉지 과자는 한 번 뜯어 두 아이에게 나눠 먹일 수 있으니 양반인 셈이었다. 과자는 아이들뿐 아니라 기자와 남편 역시 즐기는 터라 간식 후 비닐류 쓰레기가 주말 내내 끊임없이 나왔다. 또 저녁에는 남편과 사이좋게 맥주를 한 캔씩 마셔 캔 쓰레기도 배출됐다.

외식은 일요일 저녁 한 번으로 제한한 터라 토요일 저녁은 집에서 된장찌개와 생선, 밑반찬으로 해결했다. 생선은 지방에 거주하는 시부모님이 배송해준 것으로 스티로폼 한 박스에 담겨 왔고, 박스는 그대로 쓰레기가 됐다. 보통 택배 물건은 크기와 관계없이 상자에 담겨 배달되는데 해당 주말에도 택배 상자 2개가 쓰레기로 나왔다. 아이들 비타민이 떨어져 주문한 것으로, 기존에 먹던 비타민통이 쓰레기로 배출됐다.

일요일 아침식사는 시리얼과 우유로 간단히 해결하고 교회로 갔다. 첫째는 주일학교에 보내고, 둘째는 아빠와 함께 영아부 예배를 하는데 예배 후 공과시간에 아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줬다. 특히 이날은 4월생 아이들의 생일잔치가 있어 간식이 많았다. 요구르트 팩 2개와 주스 팩 2개, 떡을 담은 비닐, 케이크 한 조각을 담은 일회용 접시, 일회용 젓가락 등이 공과시간 후 버려졌다. 분반이 20개 정도로 100ℓ짜리 쓰레기봉투 하나가 순식간에 채워졌다. 입은 즐거웠으나 마음은 불편했다.

점심은 집에서 콩나물국과 생선, 밑반찬으로 해결해 쓰레기가 배출되지 않았다. 저녁때는 키즈카페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면서 외식을 했는데 놀다 갈증을 느낀 아이들이 뽀로로 음료수를 마시겠다는 통에 의도치 않게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했다. 쓰레기 줄이기 실천 전 사흘 동안 평소대로 생활하면서 배출한 쓰레기 양은 재활용쓰레기 20ℓ짜리 하나, 일반쓰레기 10ℓ짜리 하나였다(표 참조).



쓰레기 줄이려 도시락 싸서 한강공원행

일주일 후 쓰레기 줄이기를 야심차게 시작했다. 4월 27일 금요일 아침에는 간단하게 밥과 밑반찬, 달걀프라이를 먹어 쓰레기가 나오지 않았고, 점심때도 취재원과 약속으로 외식을 한 터라 쓰레기가 없었다. 습관적으로 식사 후 커피를 한 잔씩 마셨는데 이날은 회사에 놔둔 텀블러를 이용했다. 저녁식사로는 일주일 전 택배로 받은 고등어로 조림을 하고, 미리 장을 봐둔 콩나물로 국을 끓여 먹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마트에서 산 콩나물은 비닐 포장이 돼 있어 비닐류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튿날 오전 장을 보러가기 전 쓰레기가 덜 나오게끔 계획을 세웠다. 요구르트류와 음료, 과자는 대용량으로 사고, 아이들 간식은 일절 구매하지 않는 대신 과일을 사기로 했다. 또 이중 포장된 제품은 지양하고 부득이하게 사야 한다면 용량이 커 추후에 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장을 보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일단 과일은 손상을 방지하고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고, 사과나 배 등은 스티로폼 그물망에 하나씩 싸여 비닐봉지에 이중으로 포장돼 있었다. 나들이용으로 유부초밥을 만들려고 구매한 재료도 비닐로 이중 포장된 상태였으며, 쇠고기 역시 스티로폼 접시에 담아 랩으로 덮고 비닐봉지로 한 번 더 감싼 모양이었다. 비닐봉지를 제거하고 담으면 랩이 뜯겨 내용물이 상할까 염려돼 벗겨달라는 얘기도 하지 못했다. 모아뒀다 재사용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그나마 아이들 음료는 대용량 종이팩 제품을 구매했고, 과자와 요구르트도 여러 번 먹을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을 선택해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다. 구매한 식품은 모두 미리 챙겨간 장바구니에 담아 왔다.

늦은 아침으로 요구르트와 과일, 달걀을 먹고 곧바로 도시락을 쌌다. 날씨가 좋아 아침부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한강공원으로 갔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유부초밥과 과일, 음료 등을 집 안에 있는 각종 도시락통과 음료수병을 꺼내 모두 담았다. 가끔 한강공원에 갈 때면 짐을 줄이려고 빈손으로 나갔다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잔뜩 사 해결했는데, 도시락을 직접 싸니 번거롭긴 해도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그런데 마침 간당간당하던 선크림이 하필 이날 다 떨어져 재활용쓰레기로 배출됐다.

저녁은 집에 돌아와 먹겠다는 계획과 달리 공원에서 계속 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들 덕분에(?) 부득이하게 사 먹게 됐다. 한강공원 내 점포에서 판매하는 통닭구이는 종이봉투에 담겨 나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데 봉투를 열어보니 손이 더러워졌을 손님들을 위해 사장이 세심하게 넣어둔 비닐장갑 2장이 들어 있었다. 닭뼈와 비닐장갑은 종이봉투에 담겨 종량제 봉투로 들어갔다. 더불어 편의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장난감이 든 달걀 모양 초콜릿을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또 쓰레기가 발생했다.

쓰레기 줄이기 실천 사흘 차에는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아침식사는 집에서 해결하고, 오전 11시 교회 예배를 보고 아이에게 배당된 요구르트 1개만 소비했다. 점심식사로 전날 끓여놓은 콩나물국과 쇠고기 구이를 먹고, 음료수병과 과일을 담은 도시락통을 챙겨 여의도 한 쇼핑몰로 향했다. 키즈카페에서 음료를 사주지 않으려 간식을 챙겨간 덕분에 아이들은 뽀로로 음료수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저녁 역시 외식을 한 터라 따로 쓰레기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쓰레기 줄이기 실천 사흘 동안 발생한 재활용쓰레기는 10ℓ 정도였고, 일반 쓰레기는 10ℓ 종량제 봉지 하나가 나왔다. 재활용쓰레기를 반으로 줄였지만 의도치 않게 쓰레기가 계속 발생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로 마트에서 대용량 제품 위주로 구매하고 플라스틱 음료 대신 종이팩 음료를 구매했다. 또 도시락을 싸서 공원에 놀러가고, 외출할 때도 아이들 음료를 병에 담으니 쓰레기 배출이 줄었다.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로 마트에서 대용량 제품 위주로 구매하고 플라스틱 음료 대신 종이팩 음료를 구매했다. 또 도시락을 싸서 공원에 놀러가고, 외출할 때도 아이들 음료를 병에 담으니 쓰레기 배출이 줄었다.


생활습관 변화 없이는 쓰레기 끝없어

사흘간 실천하고 난 결과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쓰레기 정도야 쉽게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습관적으로 사 먹는 과자와 간식, 음료는 단번에 끊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쓰레기가 나왔다. 또 편의상 정기적으로 배달하는 우유와 달걀, 신문은 쓰레기를 줄이자고 당장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용량 제품은 소분해 파는 것보다 쓰레기가 덜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쓰레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었다. 아예 소비하지 않거나 산골 오지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쓰레기 배출량을 드라마틱하게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소비자만 노력해서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트에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이 이중 포장돼 있거나 낱개로 소분해 묶음으로 판매되고 있어 쓰레기가 이중, 삼중으로 나왔다. 이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과자 제품은 포장 2회 이내, 포장 대비 내용물이 80%를 초과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생산자는 대부분 이 기준을 준수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또 채소, 과일 등은 g 단위로 측정해 값을 매기는데 저울에 올리려면 일단 비닐봉지에 담아야 한다. 과일이야 깨끗하다지만 감자, 고구마, 당근 등은 흙이 묻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를 담은 비닐봉지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요즘에는 콩나물, 시금치 등 나물류도 비닐봉지에 담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쓰레기를 줄이기가 어렵다.

택배는 더 심각하다. 포장을 제한하는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수송을 목적으로 하는 제품 포장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종이상자에 담긴 200㎖짜리 비타민 한 통을 다시 에어캡에 싸고 택배 상자에 담아 보내도 이는 ‘수송하는 동안 제품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된 것’으로 쓰레기가 얼마가 배출되든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포장 폐기물 양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11년 하루 평균 4만8934t에서 2016년 5만3772t으로 9.8% 증가했다. 이 가운데 포장 폐기물은 약 2만t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뿐 아니라 대형마트, 제조사, 온라인몰 등이 적극적으로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이보람 씨는 “편의점에서 커피음료를 사 먹어도 플라스틱 컵, 알루미늄 캡, 빨대 등 다양한 쓰레기가 나온다. 그런 음료를 사 먹지 않으면 되겠지만 불매운동식으로 해서 얼마나 쓰레기가 줄어들까 싶다. 제품 생산자가 환경을 생각해 쓰레기가 덜 나오는 쪽으로 용기 디자인을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4월 한 달 동안 ‘쓰레기 대란시대 분리수거만 답이 아니다. 과대포장 규제 법안 만들어야 한다’ ‘각종 과대포장 사용을 법적으로 막아달라’ ‘일회용품과 과대포장을 금지해야 한다’ 등 관련 청원이 70여 건 올라왔다.

4월 26일 환경부는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메가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5개 대형마트 사업자를 비롯해 (사)소비자시민모임과 함께 ‘1회용 비닐쇼핑백·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가졌다. 해당 협약은 1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이 2013년 192억 개에서 2014년 212억 개, 2015년 211억 개 등 줄어들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 상당수가 이중으로 과대 포장돼 있어 제조업체들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
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 상당수가 이중으로 과대 포장돼 있어 제조업체들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아일보]

대형마트와 생산업체도 노력 필요

이번 협약을 계기로 대형마트는 매장 내 속비닐(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을 절반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속비닐 비치 장소와 크기를 축소해 사용량을 줄일 계획이다. 또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또는 코팅된 발포 합성수지 재질의 식품 받침대 사용을 지양하고 무색, 무코팅 받침대를 사용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1+1’ 등 행사 상품의 추가 포장을 자제하고 과대포장 제품은 입점을 제한하는 등 쓰레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또 환경부는 포장재 사용 생산업체 19곳과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을 위한 자발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업체는 광동제약, 남양유업, 농심, 대상, 동아제약,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등으로 재활용 의무 생산자에 속한 기업이며, 2016년 기준으로 페트병 출고량 26만t 가운데 55%를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색 페트병은 재활용 단계에서 무색용기와 섞이면 재생원료의 품질이 저하돼 재활용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생산업체들은 자율적으로 2019년까지 생수, 음료 등 페트병을 무색만 사용하도록 포장재 재질과 구조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재활용 시설의 마모를 유발하고 선별 시설의 추가 설치가 필요한 금속 마개, 세척공정의 막힘 현상을 일으키는 종이라벨, 재생원료 품질을 저하하는 용기 몸체에 직접 인쇄된 잉크, 분리 선별을 위해 별도의 인력 투입이 필요한 알루미늄 재질의 뚜껑도 사용이 제한된다. 참여 업체들은 6월부터 매년 세부 이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의 사용 및 과대포장을 줄이려면 정부 지원은 물론, 생산·유통업계의 노력과 국민의 적극적 참여가 합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분리수거 잘했다고 다 재활용되는 건 아니야!
버리기 전 비닐·뚜껑 등 제거하고 오물 씻어서 내놔야



재활용쓰레기를 잘못 버리면 재활용업체에서 이중, 삼중으로 재작업을 해야 한다. 또 일부는 재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경우도 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재활용이 가능하게 제대로 손질해 버려야 한다.

컵, 페트병, 각종 용기, 전자제품 등 플라스틱은 500년 이상 썩지 않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해야 재활용 비율을 높일 수 있다. 생수가 담긴 페트병과 각종 음료수의 플라스틱 용기는 일단 내용물을 깨끗하게 비우고 물로 한 번 헹군 뒤 겉면에 부착된 라벨을 떼고 압착해 배출해야 한다. 이때 마개가 금속인 경우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 만약 알약 포장재처럼 플라스틱 재질에 알루미늄 포일이 벗기기 힘들게 부착된 경우, 비닐류가 섞여 있는 카세트테이프 등은 일반쓰레기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한다.

유리병도 마찬가지다.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철이나 알루미늄 등으로 된 뚜껑을 제거해 각각 따로 버려야 한다. 간혹 유리병류 분리수거함에 깨진 유리, 거울, 도자기류, 유리 식기류를 버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유리병류가 아니다. 깨지거나 부서져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 종량제 봉투에, 나머지는 전용마대에 따로 버려야 한다.

100년 이상 썩지 않는 비닐도 주의해서 배출해야 한다. 과자, 라면봉지, 일회용 비닐봉지 등에 음식물과 이물질이 묻어 있다면 물로 두세 번 헹궈 잔여물을 없앤 뒤 비닐류 분리수거함에 넣으면 된다. 만약 이물질 제거가 힘들다면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스티로폼도 라면 국물이 밴 컵라면 용기는 물에 한 번 헹군 뒤 버리면 재활용이 쉽다. 농수축산물 포장에 사용된 스티로폼 용기나 박스는 내용물을 완전히 비우고 겉면에 붙은 테이프나 운송장, 상표, 비닐랩 등을 완전히 제거한 뒤 내놔야 한다. 스티로폼 역시 이물질이 많이 묻어 있다면 쪼개서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재활용 비율이 가장 높은 종이류를 버릴 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종이쓰레기는 종이류와 종이팩으로 나뉘는데, 폐지 같은 종이류는 새 종이나 노트로, 우유팩과 종이컵은 두루마리 휴지와 미용티슈 등으로 재탄생된다. 종이팩은 일반 폐지와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만약 분리배출함이 따로 없다면 비닐봉지 등에 따로 담아 종이류와 구분해 내놓으면 된다. 종이팩에 우유나 음료가 남아 있다면 깨끗이 비우고 한 번 헹군 뒤 버리는 것이 좋다.

같이 버려도 무방할 것 같은 금속캔과 고철류도 분리해야 한다. 참치캔, 비타민캔, 분유캔, 음료캔은 플라스틱 뚜껑 등 다른 재질 부분은 제거하고 내용물을 비운 뒤 물로 헹궈 배출한다. 부탄가스통은 구멍을 뚫어 내용물을 비워야 한다. 못, 니퍼, 드라이버 같은 고철류는 이물질을 없앤 뒤 봉투에 넣거나 끈으로 묶어 재활용함에 내놓는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3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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