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포위된 두 학교, “먼지-소음 고통 어찌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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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공무원아파트 가림막 공사… 학교와 거리 몇m에 불과
인근 아파트 2곳도 재건축 임박, “철거만이라도 방학때 해달라”
학부모, 구청-청와대에 민원… 구청 “공사시기 조율 어렵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원초등학교 후문 앞에서는 개포8단지로 불리던 개포공무원아파트 재건축 준비 공사가 한창이었다. 단지 주위를 가로 1m, 높이 9m의 철판을 세워 둘러쌌다. 그 안에서는 각 동을 포장하듯 가림막으로 감쌌다. 철거할 때 나오는 석면 가루와 각종 먼지, 소음이 외부로 퍼지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작업이다.

그러나 일원초에 다니는 학생 450여 명의 부모들은 “비산(飛散)먼지와 소음 때문에 학생들이 고통받는다”며 서울시교육청과 강남구에 민원을 제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철거 공사만이라도 여름방학으로 미뤄 달라”고 청원하는 글을 올렸다.

일원동에는 1980년대 초 무주택 공무원을 위해 약 12만7000m²의 터에 임대아파트 두 개 단지가 들어섰다. 개포8단지는 1984년 12층짜리 10개 동(1680채)으로 지어졌다. 2015년 현대건설컨소시엄이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약 1조2000억 원에 사들여 최고 35층, 18개 동(1996채)으로 재건축한다. 2020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공사장과 학교 사이는 왕복 2차로지만 10m 안팎이다. 등하굣길이 공사장 벽과 맞붙은 셈이다. 두 아이가 일원초에 다니는 김서경(가명·38·여) 씨는 “아무리 가림막을 하고 벽을 세워도 학생들이 비산먼지와 소음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며 걱정했다.

문제는 일원초 후문 쪽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원초 동쪽, 1983년 지은 개포대우아파트 역시 이달 말까지 주민 이주를 마치면 조만간 철거 공사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원초 서쪽과 남쪽을 감싸 안은 듯 위치한 개포상록9단지(공무원아파트9단지)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시에 계획안을 제출했다가 보류 판정을 받았지만 곧 경관계획을 보완해 다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일원초 정문과 중동중학교 사이 근린공원도 올 하반기 재단장 공사에 들어간다.

사실상 일원초 사면(四面)이 공사장으로 둘러싸일 확률이 높다. 올해 신입생이나 2, 3학년생은 졸업할 때까지 공사장 흙먼지와 소음 속에서 학교를 다녀야 할지 모른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일원초 측은 19일 2차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이희남 교장은 “전교생 부모를 대상으로 휴교·전학·(현행)유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20일 시작하겠다. 이 결과를 토대로 시교육청과 후속 조치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원초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할 만한 답이 나올 확률은 매우 적다. 이 공사들은 합법적이어서다.

지난해 2월 시행된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건축 조합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에 따라 허가 단계에서만 교육청과 협의하면 됐는데 강화된 것이다.

개포8단지는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았다. 대우아파트는 그전 도정법에 따라 허가를 받았다. 강남구 측은 “재건축 허가가 나오면 공사 시기를 조율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동중도 11월 완공되는 래미안 루첸하임아파트(옛 일원현대아파트)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재건축 이전 10m이던 학교와 아파트의 거리가 이후 4.2m로 좁아진다며 일조권 및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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