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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 폭설… 눈에 갇힌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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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째 폭설… 눈에 갇힌 제주

임재영 기자 입력 2018-02-09 03:00수정 2018-05-10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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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오래 주택가에 눈이 와서 쌓인 것은 처음이오.”

8일 오전 11시 제주 제주시 연동 신제주로터리에서 주민 이모 씨(77)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씨는 “예약한 병원 진료를 연기하고, 바깥나들이를 못 한 채 집 안에서만 지냈다”고도 했다. 쏟아지던 함박눈이 이날 새벽부터 그치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3일부터 제주에 지속된 폭설과 한파 이후 오랜만에 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도로의 눈이 녹으면서 제주 시내 교통은 정상을 되찾았지만 6일간 이어진 눈으로 지역 주민들은 고립 생활을 했다.

이번 폭설과 한파로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의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을 비롯한 만감류 귤을 재배하는 16개 농가 비닐하우스 5만1330m²가 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눈의 물 함유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폭 10m, 길이 20m 비닐하우스에 눈이 1m 쌓이면 하중이 약 30t 생긴다고 한다. 경차 33대에 해당하는 무게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7, 8일 눈을 치우기 위해 활주로 운영을 일시 중단하는 등 이틀간 하루 항공기 100편 이상이 결항하거나 지연 운항했다. 8일 오전 7시 반부터 2시간 반 동안 제설 작업을 벌였다. 이날만 81편이 결항했고 15편은 회항했다. 116편은 지연 운항했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나 구좌읍 송당리 같은 산간지역은 버스마저 끊겼다.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 군락지 주변에 사는 고모 씨(56)는 “식량이 떨어져 이웃 마을까지 눈 속을 걸어가서 먹을 것을 구했다. 비자나무 숲에 눈이 처음 내려앉을 때는 운치라도 있었는데 나중에는 지겨웠다”고 말했다.

눈길에 낙상 사고와 차량 접촉 사고도 빈발했다. 전날 저녁 예보에서 대부분 눈이 그쳤다고 했기 때문에 스노체인 등을 챙기지 못한 차들이 경사가 낮은 오르막길도 오르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비상등을 켠 채 멈춰 서면서 교통체증이 극심했다. 이날 29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제주에서는 드물게 한파로 수도계량기가 터지는 곳이 나왔고 정전 사태가 빚어진 곳도 있었다.

재래시장과 음식점은 물론이고 렌터카 업체도 개점휴업이었다. 관광 예약 취소가 잇따랐고 골프장은 대부분 영업을 중단했다. “지역경제가 얼어붙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1m가량 쌓인 눈을 뚫고 걸어서 출근했다. 폐쇄회로(CC)TV로 확인해 보니 한라산 윗세오름대피소(해발 1700m) 주변에는 눈이 2m가량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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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노지(露地) 재배 한라봉과 브로콜리, 월동 무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산란계들은 추위 때문에 알을 낳지 않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신속한 복구와 함께 농작물 피해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폭설#날씨#제주#기상청#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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