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성탄이브… ‘클린’ 성탄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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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하 6도, 25일 다시 한파… 찬공기가 미세먼지 밀어내
더 추워진 12월 ‘온난화의 역설’

이틀간 항공기 1000여 편 운항 차질 24일 오전 짙은 안개로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면서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몇 시간째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23, 24일 지연되거나 취소된 항공기는 1000여 편에 달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틀간 항공기 1000여 편 운항 차질 24일 오전 짙은 안개로 항공기 이착륙이 지연되면서 여행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몇 시간째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23, 24일 지연되거나 취소된 항공기는 1000여 편에 달했다.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내 기상 관측소 중 최전방에 있는 백령도관측소 정태진 소장은 매일 아침 백령도 두무진 관측소에서 기상관측 풍선을 날린다. 24일에도 어김없이 풍선을 날린 정 소장은 “11년째 풍선을 날리는데 언제부턴가 12월 ‘칼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며 “갈수록 12월이 더 추워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성탄절인 25일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 덕에 전국을 뒤덮었던 미세먼지가 밀려나면서 ‘클린 크리스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찬 공기가 일주일간 한반도를 덮으면서 또 한 번 ‘12월 한파’가 찾아온다. 이날 최저기온은 서울 영하 6도, 강원 춘천 영하 11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12월 한파는 이제 이례적 현상이 아니다. 기상청이 최근 작성한 ‘우리나라 초겨울 한랭일의 장기 변화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1, 12월 초겨울 한랭 일수 빈도는 2002년 이후 부쩍 늘었다. 한랭일은 평년 기온보다 일정 기준 이상 추운 날이다. 1973∼1985년 초겨울 연평균 한랭 일수는 8.62일이었지만 1986∼2001년 초겨울 한랭 일수는 4.25일로 줄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하지만 2002년부터 2014년까지 한랭 일수는 다시 6.25일로 늘었다. 초겨울이 도로 추워진 것이다. 2014년에는 12월 평균 기온이 영하 0.5도로, 이듬해 1월 평균 기온(영상 0.5도)보다 더 낮아 12월이 1월보다 더 추운 ‘한파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이 역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온난화로 한반도의 겨울이 따뜻해졌다가 다시 추워진 것은 북극의 균형이 깨진 탓이다. 2000년대 이후 온난화가 심화되면서 북극의 한기를 막아주던 공기의 소용돌이가 약해졌다. 이 때문에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에 있는 한반도까지 내려오는 것이다. 기상청 기후분석팀 임소영 분석관은 이를 “온난화의 역설”이라고 했다.

올해의 마지막 주도 이런 영향으로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와 27일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1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파 덕에 주말 한반도를 덮은 짙은 미세먼지는 25일 가실 것으로 보인다. 찬 공기가 미세먼지를 남쪽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24일 오전까지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매우 나쁨’을 기록하면서 ‘그레이 크리스마스이브’였다. 2년 만에 개장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은 미세먼지와 겨울비로 이틀간 운영을 중단했다. 23일 아들(8)과 함께 스케이트장을 찾은 박모 씨(37) 부부는 크게 실망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씨는 “아들과의 크리스마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모르겠다”며 속상해 했다.

항공편 운항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23일 항공기 1070편 중 절반이 넘는 562편이 제대로 운항하지 못했다. 24일에도 오후 4시 기준 항공기 453편이 지연됐고, 11편이 결항됐다. 많은 시민들은 황금연휴를 공항에서 보내야 했다. 23일 한 시민은 “오후 5시 15분 비행기인데 밤 11시 반인 지금까지 출발을 못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예 외출을 포기한 시민도 많았다. 4세 딸을 둔 서울 송파구의 주부 김모 씨(32·여)는 “청계천 등불축제에 가려 했는데 미세먼지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최악’ 표시가 뜬 걸 보고 나가지 않았다. 그냥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김예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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