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포장의 과자 선물세트… 남는 건 마음 아닌 쓰레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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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데이에 쏟아지는 포장 쓰레기

상점에서 구매한 막대과자 기획상품 2개를 내용물과 포장재로 분리해 봤다. 포장을 뜯기 전에는 한손으로 들기 힘들 정도로 부피와 무게가 상당했지만, 막상 뜯고 보니 내용물인 과자는 두 움큼에 불과했다. 두 제품의 포장재 쓰레기 무게는 약 1kg(인형 포함)이었다. 이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는 고스란히 생활폐기물로 버려진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상점에서 구매한 막대과자 기획상품 2개를 내용물과 포장재로 분리해 봤다. 포장을 뜯기 전에는 한손으로 들기 힘들 정도로 부피와 무게가 상당했지만, 막상 뜯고 보니 내용물인 과자는 두 움큼에 불과했다. 두 제품의 포장재 쓰레기 무게는 약 1kg(인형 포함)이었다. 이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재는 고스란히 생활폐기물로 버려진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Q. 당신이 11월 11일 ‘빼빼로데이’에 선물한 것은….

정답은 약간의 과자와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 그리고 다수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다. 막대과자를 주고받는 날, 과자 선물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화려한 포장에 들떴던 기분도 잠시, 과자에 도달하기까지 겹겹이 둘러싼 포장을 뜯고 나면 남는 것은 한 줌의 과자와 한쪽에 가득 쌓이는 포장 쓰레기다.

올해도 11일이 다가오면서 상점마다 갖가지 포장재로 멋을 부린 과자 선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잠시 기쁘게 하는 일도 좋지만 그 때문에 환경을 오랫동안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포장재를 샀더니 과자가 덤으로?

제과업체에서 11일을 맞아 내놓는 상품은 대부분 단품을 여러 개 묶거나 포장을 새로 한 제품으로 생각보다 포장 쓰레기가 많지 않다. 하지만 편의점, 마트 등 각종 상점을 가보면 이런 제품들을 다시 묶어 다른 공산품과 함께 포장한 기획상품들을 볼 수 있다.

6일 상점 두 곳에서 이런 막대과자 묶음 상품 2개를 구매해 환경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내용물을 분석해봤다. A 상품(바구니) 가격은 3만6000원, B 상품(상자)은 1만6000원. A 상품에는 비닐·종이포장의 과자 6종과 인형, B 상품에는 막대과자 4종이 4개의 플라스틱 통에 담겨 들어 있었다.

포장을 모두 제거하자 과자는 두 움큼에 불과했다. 반면 쓰레기는 언뜻 보기에도 과자 부피의 몇 배에 달했다. 종이상자, 금속 재질 뚜껑, 과자 비닐과 겉포장 비닐 등은 재활용이 가능한 것들이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은 나무 바구니, 바구니 장식, 조화(造花) 등으로 20L들이 종량제 봉투를 거의 채웠다. 막대과자를 담았던 B 상품의 플라스틱 통 4개도 재활용할 수 없었다. 서아론 녹소연 환경캠페인부장은 “종이 스티커와 접착 테이프 등 이물질이 붙은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대 포장 기준은 제과류 내용물을 제외한 포장 공간의 20% 초과, 종합상품 25% 초과로 환경부에 문의한 결과 두 상품 모두 이를 위반하진 않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양은 적지 않았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와 아닌 쓰레기의 무게는 두 제품 합쳐 각각 약 460g, 410g(인형을 합칠 경우 510g). 재활용품과 종량제폐기물의 일반적인 처리단가를 감안하면 각각의 처리비용은 약 42원, 15원이다.

하지만 이런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쓰레기의 증가 자체다. 김미화 자원순환연대 사무총장은 “포장재 대부분 비닐이나 플라스틱인데 이들은 모두 석유에서 유래한 화학제품으로 자연분해가 안 된다. 최근 문제가 된 미세 플라스틱이 좋은 예”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소각하더라도 다른 화학물질과 섞여 유독물질을 만들고 재활용이 쉽지 않은 만큼 쓰레기는 가급적 적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고 덧붙였다.

○ 과한 포장·선물 문화 바뀌어야

생활폐기물 양은 증가 추세에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하루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11년 하루 4만8934t에서 2015년 5만1247t으로 늘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포장재 등 일회용품 사용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에 따라 재활용하기 쉽도록 포장재의 재질과 구조개선을 규정해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권고에 불과해 지키지 않아도 규제할 수단이 없다. 반면 일본은 통과 뚜껑의 재질을 같게 만들어 재활용하기 쉽도록 하는 등 포장규정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제품의 재질구조 심사를 의무화해 재활용 등급을 평가하고 낮은 제품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처벌할 계획이다.

과한 포장·선물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각종 이벤트 ‘데이’가 늘면서 그때마다 화려한 포장을 입힌 선물이 등장하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 원래 취지는 퇴색된 채 고가의 선물만 주고받는 문화부터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설·추석처럼 전 국민이 선물을 주고받는 명절에는 집중단속을 실시하지만 매달 반복되는 이벤트 데이 때는 따로 정기단속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홍 소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요즘도 상점마다 수능 상품이 즐비하다”며 “이런 날들에 쓰이는 쓰레기를 모으면 그 양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빼빼로데이#과대 포장#포장 쓰레기#과자 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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