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화장품에도 유해물질이… 일상이 여성을 위협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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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유해화학물질 어떤 게 있나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기까지, 여성은 로션 샴푸 등 약 12가지 제품을 얼굴과 몸에 사용한다. 이 속에 든 화학물질만 120여 가지다.

최근 생리대 파동 때문에 뿔난 여성들에게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해화학물질은 남녀 모두에게 위험하지만 특히 여성이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여성은 더 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태생적으로 체내 축적이 더 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성의 건강은 임신과 출산을 통해 다음 세대인 영·유아에게 영향을 미친다. 》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은 크게 3종류다. 내분비계장애추정물질(환경호르몬), 중금속, 그리고 이번 생리대 사태에서 논란이 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이들이 일으키는 위험은 자궁 질환이나 불임 같은 생식독성, 발암성, 알레르기, 비만, 대사장애, 신경독성 등 다양하다.

화장대는 각종 화학물질의 집합소다. 화장품의 부패를 막기 위해 넣는 방부제 ‘파라벤’, 향수 향과 매니큐어 색이 오래갈 수 있도록 하는 ‘프탈레이트’, 립스틱의 색과 광택을 좋게 하기 위해 넣는 중금속 물질 등 화장품의 기능과 보존을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이 쓰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물질의 함량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물질의 종류가 워낙 많고 사용하는 횟수나 방식이 다 다르다 보니 장기적인 문제까지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주 보건당국이 지난해 네일숍 내 공기 질을 조사한 결과 프탈레이트, 포름알데하이드, 톨루엔 등이 다량 검출됐고, 숍 종사자들에게선 눈이나 코 점막의 자극, 두통과 같은 증상이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광주보건환경연구원이 시내 10개 네일숍을 조사했는데 실내공기 VOCs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매니큐어 등 15mm 이하 소용량 화장품은 전 성분 표기 의무대상이 아니라 회사 홈페이지에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유해물질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음식이 들러붙지 않도록 코팅하는 과불화화합물(PFCs)은 불소수지 프라이팬의 가공보조제로 쓰인다.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아 체내 축적 가능성이 높고 체내 반감기가 3.8∼5.4년에 이른다. 녹색소비자연대 이경미 부장은 “최근 사용이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과장 및 허위광고와 함께 판매하는 기업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리도구를 잘못 사용해도 납 카드뮴 니켈 같은 중금속을 섭취할 수 있다. 조리나 세척 시 날카로운 도구를 쓰거나 눌어붙은 기름을 방치하면 코팅이 상하거나 벗겨지면서 내부 금속제가 드러난다. 식약처는 “주방기기 재질별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속 캔 내부 코팅이나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에서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가 검출될 수 있다. 비스페놀A는 영수증 발색촉매제로도 많이 쓰이는데 청소년에겐 성조숙증, 성인에겐 조기 폐경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욕실과 화장실에서 쓰는 세척용 제품에는 대부분 다량의 살생물질이 들어간다. 세정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 등 환경부가 지정하는 위해우려제품 15종 가운데 6종이 욕실·화장실 용품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정부 규제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안전 기준을 위반하는 사례들이 나온다. 올해 초에도 3M 욕실청소제를 비롯한 세정제 13개, 탈취제 2개, 소독제 1개 제품이 유해화학물질 함량제한치를 넘겨 회수 명령을 받았다. 이 제품들에 들어간 포름알데하이드, 염산, 디클로로메탄 등은 밀폐된 욕실과 화장실에서 장기간 과량 사용할 경우 암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독성물질이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구와 아이 장난감에서도 유해화학물질이 나올 수 있다. 가구와 단열재를 붙이는 데 쓰인 접착제에는 포름알데하이드 성분이 들어있고,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우레탄 폼을 사용한 매트나 가구는 미량이나마 환경호르몬을 배출한다.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한 의류에선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라는 화학물질이 나온다. 클리닝 직후 밀폐 공간에 의류를 다량 보관하면 장기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 드라이클리너에 들어가는 이 용매는 이번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가 새로 조사할 10개 VOCs 물질 안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여성들이 선물·탈취용으로 많이 구입하는 향초, 커피 문화와 함께 급속히 늘어난 테이크아웃 컵에서도 유해화학물질이 나온다. 최근 한 소비자단체는 테이크아웃 컵 플라스틱 뚜껑에 주로 쓰이는 폴리스티렌에서 성조숙증과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비스페놀A, 스티렌다이머 등 환경호르몬이 배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은희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임신·출산을 통해 아이에게 화학물질을 물려줄 수도 있는 만큼 더욱 조심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유해화학물질#화장품#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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