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드릴·스팀청소기 등 어쩌다 쓰는 물건 빌려썼더니…2년간 5억 자원 절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4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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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물품공유센터
은평물품공유센터
5월 프랑스 대통령 취임식에서 영부인인 브리지트 여사의 의상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고가의 투피스와 가방이 모두 빌렸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명품 옷과 잡화를 빌리는 서비스가 보편화한지 오래다. 제품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돌아가며 나눠쓴단 의미에서 순환·공유경제라 불리는 이런 대여문화는 경제적이지만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제품 생산량을 줄임으로써 자원을 절약하고 사용 도중 발생하는 쓰레기와 오염물질의 배출량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휘발유 승용차 한 대는 1t의 철 강판으로 만들어져 연간 2.3t의 온실가스를 뿜는데, 5명이 카셰어링(나눔카)을 하면 4t의 철 강판과 연 10t에 가까운 온실가스를 절감한다. 일반적으로 나눔카 1대당 9~13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니 나눠 쓰는 것만으로도 환경개선 효과가 엄청나다고 하겠다.


● 2년간 빌려 썼더니 5억 원의 자원 절약

서울 은평구 불광동 보건분소 건물을 지나다보면 특이한 주황색 간판이 눈에 띈다. ‘은평물품공유센터’ 간판이다. 첫 공공 종합물품대여소인 이곳은 2015년 7월 개관했다. 꼭 필요하지만 한두 번 쓰고 말기에 어쩐지 사기는 아까운 공구나 생활가전, 캠프용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싸게 빌려주고 있다.
은평물품공유센터
은평물품공유센터

센터 안에 들어서면 여느 공구가게나 생활가전 가게 못지않은 다양한 제품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전기드릴이나 펜치, 최신 스팀청소기와 에어프라이어(튀김기)는 물론 운동기구인 실내자전거, 트램폴린에서 휴대용 유모차에 이르기까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1000여 점의 생활용품을 주당 몇 천 원 내로 빌릴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회원 수 1706명, 대여건수는 5843건이다.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차해옥 센터장은 “약 2년간 1841만1000원의 대여료 수익이 발생했는데, 이걸 실제 구매가격으로 환산하면 6억756만3000원”이라며 “약 5억 원 이상의 자원을 아낀 셈”이라고 말했다.

은평물품공유센터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자치구 공유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2015년 8월부터 공유도시팀을 만들어 이러한 사업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오는 8월에는 성동구에 두 번째 종합물품대여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마채숙 서울시 사회혁신담당관은 “(서로 나눠 쓰면) 불필요한 자원을 생산하지 않아도 되고 남는 자원을 재활용해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 만큼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각종 공구를 대여하는 공구도서관만 서울시내 216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이색 대여사업도 나오고 있다. 중구 동작구 등 일부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유부엌이 그것이다. 동네 주민들에게 부엌을 빌려준다는 건데, 1인가구나 맞벌이가정이 많아 식재료가 남는 만큼 공유부엌에서 요리하고 남은 식재료를 두면 다른 사람이 쓰고 또 만든 요리나 반찬을 냉장고에 두어 나눠먹는 것이다. 주민들로부터 안 입는 한복을 기증 받아 빌려주는 사업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러한 자치구 78개 공유사업에 보조금 약 400만 원씩을 지급했다. 공유사업을 체험한 시민은 지난해만 150만 명이 넘었다.

●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가장 손쉬운 실천

최근에는 개인 간 대여를 중개하는 사회적 기업들도 생기고 있다. 마치 웹상에서 개인 간에 중고물품을 거래하듯 빌려줄 물건의 설명과 사진을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빌리고픈 사람과 연결해주는 업체들이다. 실제 한 사이트를 방문해보니 랜턴, 접시세트 같은 작은 생활용품부터 책상이나 자동차 같은 큰 물품들까지 개인이 올린 물품 종류가 다양했다. 원하는 제품을 클릭한 뒤 빌리고 싶은 기간과 거래방식을 선택하면 대여료가 뜬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빌려 쓰고 나눠 쓰는 문화가 최근 지속가능발전의 가장 큰 화두라고 이야기한다. 당장 큰 노력이나 변화 없이도 환경 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속가능발전 연구 선구자로 손꼽히는 제프리 색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순환경제, 자원효율성과 폐기물’을 주제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녹색주간 행사에서 “2050년이면 96억 명의 인구를 지탱하기 위해 현재보다 3배나 많은 자원이 필요할 것”이라 경고했다. 자원은 줄고 쓰레기는 매일 인당 1㎏씩 나오는 상황에서 자원도 절약하고 쓰레기도 줄이는 빌려 쓰기는 가장 손쉬운 환경보호 실천법이다.

한 해외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다섯 개 별 호텔 대신 개인 주거를 빌려 숙박할 경우 탄소 배출량을 66% 줄일 수 있고, 차량 1대를 공유하면(평균 13명이 공유한단 가정 하에) 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낮출 수 있다. 옷을 사는 대신 빌려 입으면 물 2700L와 이산화탄소 10㎏을 절감하는 셈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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