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트럼프의 기후협약 탈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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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산골소녀 미자와 슈퍼돼지 옥자를 둘러싼 이야기다. 제작에 앞서 미국 콜로라도의 도살장을 답사한 봉 감독은 인터뷰에서 끔찍한 ‘분해’ 과정을 본 뒤 한 달 반 동안 고기를 입에 대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이 채식의 확산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하다.

▷육류 소비를 줄이는 일이 동물 보호 차원을 넘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탓이다. 1년에 소 한 마리가 내뿜는 온실가스 양은 한 해 자동차 한 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단다. 2009년 유럽의회에 나온 영국 가수 폴 매카트니가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면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다”며 “less meat=less heat”를 호소했던 이유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노력은 채식”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개인의 노력엔 한계가 있다. 이상 기후를 촉발하는 온난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재앙인 만큼 전 지구적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통해 국제사회가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 기후협약은 195개 당사국한테 모두 감축 의무를 적용했다. 한데 이러한 공동전선에 깊은 균열이 생길 조짐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협약에서 손을 뗄 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당선인 시절에도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며 기후협약을 맹비난했다.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최근 헤리티지재단은 협약에 따른 규제로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2040년까지 20만여 개가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미국이 탈퇴하면 협약은 존립 위기를 맞고 그 파장은 지구촌에 미칠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의 책임을 걷어차는 행태다. 자칫 트럼프가 경솔한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앞당기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트럼프 기후협약 탈퇴#영화 옥자#지구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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