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립공원 탐방로 신설 제동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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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부터 ‘탐방로 총량제’ 실시
북한산 등 과다 설치로 공원 쪼개져 멧돼지 도심 출현 등 생태계 훼손
새 통로 입지 적정성 평가 의무화… 기존 길 폐쇄-휴식년땐 가점 부여

지리산의 한 탐방로 옆으로 흙이 파여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지리산의 한 탐방로 옆으로 흙이 파여 나무뿌리가 드러나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올해로 도입 50주년을 맞은 국립공원의 전체 탐방로 수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총량제’가 도입된다.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총량을 정해놓고 그보다 적게 배출하면 이후 배출 권리(배출권)를 주는 것처럼 탐방로에도 같은 개념을 적용한다.

환경부는 앞으로 국립공원에 새 탐방로를 만들 때 모두 동일한 기준의 ‘탐방로 입지 적정성 평가’를 받도록 하고 기존 탐방로를 폐쇄하거나 휴식년에 들게 하면 탐방로 신설 시 가점을 준다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29일 공포한다고 밝혔다.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

이는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후 급격히 늘어난 탐방객 수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2005년 2814만6385명, 2006년 2678만6258명이던 탐방객 수는 2007년 3797만6815명으로 1년 새 42% 껑충 뛰었다. 2013년 이후로는 매년 4500만 명에 이르는 탐방객이 국립공원을 찾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등산복이 ‘교복’이라 불릴 만큼 등산이 하나의 문화적 열풍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추세에 따라 지난 5년간 새로 만들어진 국립공원 탐방로만 67km. 2017년 5월 현재 총길이는 1901.42km에 이른다. 국립공원 총면적이 6726.298km²로 전 국토의 6.7%인데 탐방로 길이는 서울∼부산을 직선거리로 3번 왕복하는 거리다.

탐방로 증가는 과도한 자연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불렀다. 현재 일부 국립공원의 동식물 서식지 파편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탐방객이 많은 도심 속 북한산의 경우 96개 탐방로로 인해 전체 공원이 214개로 조각나 있다. 조각당 평균면적이 0.359km²로 야생동물 행동권에 크게 모자란다. 잦은 ‘북한산 멧돼지’의 도심 출현도 이런 파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도심 산이 아닌 지리산 사정은 북한산보다는 낫지만 51개 탐방로로 인해 총 55개 조각으로 나뉜 것으로 나타났다.

‘샛길’이라 불리는 비법정탐방로의 무분별한 확대도 큰 문제다. 탐방로가 늘면 관리요원들의 눈을 피해 만들어지는 샛길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 탐방객의 불법 행위는 2007년 4253건에서 지난해 2811건으로 준 반면 샛길 출입금지 위반 건은 789건에서 1181건으로 되레 50% 증가했다.

샛길은 서식지 파편화를 심화시킨다. 또 사람이 지나다니며 땅에 가하는 압력이 커지면서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되고 주변이 흙길로 변한다. 이런 구간은 비가 많이 내릴 때 토사가 흐르는 물길이 되어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

환경부는 그동안 훼손이 심각하거나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탐방로에만 탐방예약제를 적용하거나 일정 기간 폐쇄하는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이런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모든 탐방로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준을 만들어 전체 탐방로를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입지 적정성 평가의 기준과 내용, 기존 탐방로 폐쇄 시 줄 가점 정도는 전문가들과 논의해 올해 말까지 구체화할 예정이다. 탐방예약 제도도 구간을 확대하기 위해 용역 연구 중이다. 환경부는 북한산 우이령, 지리산 노고단·칠선계곡 구간 등 현재 예약제를 시행 중인 곳들이 이용객 호평을 받음에 따라 다른 구간을 추가하고 이 역시 입지 적정성 평가 때 가점을 줄 계획이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국립공원#탐방로#탐방로 총량제#북한산#멧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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