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도 못바꾼 정상정복형 산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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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이 앓고 있다]‘등산보다 산책’ 분산은커녕 둘레길 거쳐 등정 되레 늘어

 1967년 지리산이 국내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국립공원 시대가 열렸다. 미국 국립공원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이후 국립공원은 연간 46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현재 △산악형 국립공원(지리산, 설악산, 속리산, 북한산 등 17곳) △해상 해안형 국립공원(태안해안 등 4곳) △역사·문화형 국립공원(경주) 등 22개 국립공원이 지정·관리 중이다. 국립공원연구원에 따르면 국립공원의 총자산가치는 103조4000억 원(2012년 기준)에 달한다.

 문제는 국립공원이 활성화되고 한국인의 이용 행태가 ‘정상정복형’ 즉 수직적 산행문화로 굳어진 점이다. 특히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뒤 주요 산마다 등산객이 넘쳐나면서 자연이 훼손됐다. 각종 샛길이 생기면서 동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됐다.

 이를 막기 위해 2010년 전후로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 ‘둘레길’이다. 산의 둘레를 걷는 ‘저지대 수평형 탐방’ 문화를 만들어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객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2011년 완공된 북한산 둘레길(71.5km)을 비롯해 지리산 둘레길(274km), 계룡산 둘레길(11.6km), 소백산 자락길(24.5km) 등이 2012년까지 조성됐다.

 하지만 정상정복형 산행을 막는 효과는 미비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등산객들은 둘레길을 거쳐 정상으로 올라간다”며 “대중은 여전히 정상으로 가는 걸 ‘등산’이라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둘레길 탐방객 수를 분석해 보니 지리산의 경우 둘레길이 완공된 2012년 267만 명에서 지난해 292만 명으로 10%가량 증가했다. 소백산은 118만 명에서 135만 명으로 늘었다. 북한산은 774만 명에서 637만 명으로 감소했지만 이는 북한산 등반 유행이 최근 다소 가라앉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둘레길이 유행하면서 산은 물론 숲, 해안 등에 나들이길 올레길 등 수많은 둘레길이 생기면서 각종 덱(deck) 등 설치물이 많아져 오히려 자연 원형이 훼손되고 있다. 전국에 조성된 둘레길 등 걷기용 여행길은 코스만 1665개, 길이는 1만7072km에 달할 정도다.

김윤종 zozo@donga.com·임현석 기자
#둘레길#정상정복형#등산#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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