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 무산에 뿔난 엄마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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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 재도입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 걸려 새학기 시행 어려워
법 통과돼도 준비에만 한달 걸려 “정부정책 믿은 죄… 애들만 피해”
부랴부랴 학원 대기 접수 등 분주


“방과후 영어수업 되살린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 씨(39·여)는 요즘 초등학교 2학년 자녀가 다닐 영어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다시 실시한다고 했던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무산된 탓이다. 박 씨는 “입소문이 난 학원은 이미 접수가 마감돼 대기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정부 정책을 믿은 죄로 우리 애만 뒤처질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학원을 알아보느라 혼란을 겪고 있는 학부모들은 교육부를 비판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살고 있는 학부모 이모 씨(50·여)는 “1년도 안 된 사이에 ‘한다’고 했다가 ‘못 한다’고 하면 애들만 피해 보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1호 정책인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올해도 시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유 부총리는 취임 3일 만인 지난해 10월 5일 세종시의 한 초교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서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전면 금지된 지 10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현재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을 골자로 하는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도 미지수다. 교육부는 “3, 4월 중 법안이 통과되면 바로 시행에 들어가 5월이라도 방과후 영어수업을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유치원 3법’으로 국회 파행이 계속되는 상황이라 법안 통과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사 통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교사 채용 등 실제 준비하는 데 한 달 이상이 걸린다.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대다수 초등학교들은 영어를 제외한 1학기 방과후 수업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당초 초등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은 놀이 중심으로 구성돼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이 크지 않았다. 게다가 주 5회 1시간씩 수업에 한 달 비용이 10만 원 정도로 저렴해 학부모들 사이에 큰 호응을 받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을 학원에서 들으려면 월 50만 원 내외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방과후 영어수업은 초등 저학년의 영어 사교육 수요를 크게 줄이는 효과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방과후 영어수업 부활이 무산되자 학부모들은 ‘학원 투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방과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면서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몰렸는데, 올해 방과후 영어 부활이 어렵게 되면서 학원행이 더 늘고 있는 것이다. 울산에서 저학년 대상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 최모 씨(29·여)는 “지난해 반 편성을 늘렸는데도 지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대기자 접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플랜B’ 없이 무조건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인기 영합주의”라며 “국민들이 정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 놓은 다음에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임우선 기자
#방과후 영어수업#유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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