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교사들은 왜 연일 서울시교육청에 몰려드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15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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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학교로' 가입안한 원장들에 한마디도 못해
오늘부터 시교육청에서 릴레이 침묵시위 진행
인사권 쥔 원장 앞에 교사들 반기 들기 힘들어
개인 아닌 공동 행동 위한 노조 등 단체 필요성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선택으로 인건비를 지원받지 못하게 된 교사들이 연일 서울시교육청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정작 원장에게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장 앞에서 ‘을’인 교사들이 비판과 요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시교육청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이날부터 릴레이 침묵시위에 들어간다. 이들은 이미 지난 12일부터 매일 서울시교육청을 항의방문 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참여 ▲원비 인상률(1.4%) 준수 ▲국가회계관리시스템 에듀파인 도입 또는 도입 의향서 제출 등을 지키지 않으면 인건비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처음학교로와 에듀파인 참여를 충분히 독려했고 미이행시 행·재정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애초에 원장들이 참여를 했으면 문제 없었다”며 “지원비 문제도, 공립에 비해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처우가 열악해 국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고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공립유치원 교사처럼 받으면 지원비를 안 줘도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비난화살이 교육당국에만 꽂히는 것은 원장앞에서 교사들은 ‘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초중고 교사나 대학 교수처럼 노조나 단체가 있는 다른 교원과 달리 사립유치원 교사들은 노조나 단체가 없다. 그렇다보니 공동 행동을 하지 못하고 교사 개인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원장에게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 12일 있었던 항의방문에서도 서울시교육청은 “원장들에게는 왜 말을 안하냐”고 했고, 일부 교사들은 “우리가 어떻게 말하냐”고 했었다.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노동조합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는 15일 현재 사립유치원 교사 회원이나 조합원이 1명도 없다. 전국교사노조연맹 소속 광주교사노조가 지난해 10월 사립유치원 교사노조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문의를 해온 교사 수는 0명이었다.

사립유치원 교사 출신인 전교조 한 관계자는 “법인인 학교와 달리 사립유치원은 원장 개인이 채용을 하는 구조인데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채용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광주교사노조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교사가 조건상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의 재직기간이 짧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립유치원 비리의혹 사태와 최근 발생한 인건비 문제가 교사들이 단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쉽지는 않겠지만 교사들이 모여 논의를 하고 머리를 맞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문의를 해온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교사노조 관계자는 “노조까지는 어렵더라도 사립유치원교사협의회 같은 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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