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절대평가, 또 강남 쏠림 불지피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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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고교학점제’ 학부모들 불안

중3과 초3 자녀를 둔 학부모 현모 씨(45)는 17일 발표된 교육부의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방안’ 기사를 보다 깜짝 놀랐다. 함께 발표된 ‘고교교육 혁신방향’에 △2025학년도 고1부터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고교 내신 완전 절대평가화(성취평가제 도입) 내용 때문이다. 2025년은 초3인 둘째가 고1이 되는 시기다. 현 씨는 “자고나면 바뀌는 첫째 아이의 입시정책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둘째 때 또 바뀐다니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 난데없는 2025년 혁신안에 학부모 ‘혼란’

교육부는 당초 2022년부터 전국 고교에 적용하겠다던 고교학점제 도입을 2025년으로 늦췄다. 새 교육과정도 이때부터 적용된다. 또 2025년 고1부터 전 과목 내신을 국 영 수는 A∼E 5단계, 진로선택과목은 A∼C 3단계로 절대평가할 계획이다. 현재 석차(등수)를 기준으로 1∼9등급으로 분류하는 상대평가를 완전히 없애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절대평가 도입 시기를 못 박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대평가제는 1점을 두고 학생들이 피 말리는 석차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른바 ‘내신지옥’을 깰 수 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학생 개개인의 지력과 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절대평가가 맞는 방향”이라며 “외국도 대부분 절대평가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흥미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라도 내신 절대평가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절대평가 유리한 강남 학교로 ‘쏠림 현상’ 발생할 듯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신까지 절대평가 되면 대입에서 학생 간 우열을 판별할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90점만 넘으면 모두 똑같이 A를 받는 식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한 교실 안에서도 수십 명이 A를 받을 수 있다. 똑같이 A를 받은 학생이더라도 대학들이 지방이나 비명문고 출신 학생보다는 이른바 강남 등 교육특구 지역의 특정 학교 학생들을 우대할 가능성도 높다. 입시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강남 대이동으로 명문고 인근 집값이 상승하고 대학별 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교육부가 특목·자사고를 없애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정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강남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학점제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 및 진로 관리 등 교육 프로그램의 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내신이 절대평가되면 지방이나 소외지역보다 교육특구 학교들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4∼초6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학군 이동’이 집중되는 시기로 이번 발표가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학교별 격차 실존, 현실부합 대책 내놔야
실제 상대평가 체제인 현재도 지역·학교별 대입 격차는 매우 크다. 최근 5년간 전국 고교별 서울대 입학생 수(최종 등록 인원 기준) 분석 결과 입학생 상위 10개 일반고 중 상당수가 서울 강남·서초에 몰려 있다. 2014학년도에는 서울대 입학생 수 상위 일반고 14곳(공동 순위 포함) 중 10곳이 이 지역 고교들이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입시 결과를 놓고 보면 서울대의 경우 매년 상위 50개 학교 명단이 거의 변화가 없다”며 “사실상 대학이 고교별 선발인원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간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실제 대학 내부에서 입시 동점자 처리 문제는 매우 어려운 숙제”라며 “정량적 점수가 똑같을 경우 모든 정성적 요소를 따져보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변별력이 없을 때 보는 게 출신 지역과 학교”라고 귀띔했다.

절대평가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학교별 교육격차를 줄일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교육부는 격차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특구는 그냥 하는 말이고 현실적으로 교육특구는 지정돼 있지 않다”며 “다만 지역·학교별로 약간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는 앞으로 고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김호경 기자
#2025년 고교학점제#내신절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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