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론’으로 끝난 대입 공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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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중3 치를 대입 개편 결론 못내… 시민참여단 상충되는 의견 팽팽
“공론화 만능주의, 예고된 실패”
1년 넘게 헛바퀴… 교육부 책임론

현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3개월간 예산 약 20억 원을 투입해 시민참여단 490명이 머리를 맞대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대입제도 개편안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대한 결정을 일반인들에게 떠넘긴 교육부 책임론과 함께 공론화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공론화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민참여단 490명을 설문한 결과, 대입 개편 의제(시나리오) 4가지 중 다수가 지지하는 안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지도 조사 결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정시 전형 45% 이상 확대-수능 상대평가(1안)와 △정시·수시 비율 대학 자율 결정-수능 절대평가 전환(2안)이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 2안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시민참여단 82.7%는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 전형은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장기적으로 정시 확대와 상충되는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53.7%)이 상대평가 유지 또는 확대(46.3%)보다 많았다. 당장 2022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 확대가 확실시되지만 앞으로 수능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론화를 통해 첨예한 갈등을 봉합하고 명확한 결론에 도달한 게 아니라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둔 채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공론화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결과에 대해 “한쪽으로 밀어붙이듯 결론이 나올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걸 정확하게 보여줘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하지만 뻔한 결론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애초에 국가교육회의로 결정을 미룬 교육부 책임론 역시 커지고 있다.

또 전문가조차 다루기가 쉽지 않은 대입제도 개편을 시민참여단이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에 학습을 통해 결정하도록 한 방식이 무리였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신고리 원전 재가동 여부는 일반 국민에게 전기료가 인상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지만, 대입은 학부모들에겐 자녀의 미래가 걸린 이슈라 애초에 공론화에 부칠 사안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7일 발표하고, 교육부는 최종 개편안을 이달 말 발표한다.

김호경 kimhk@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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