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품앗이, 짐 덜고 아이도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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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동육아나눔터 확산
부모들 특기 모아 육아에 활용… 아이는 친구들과 사교성 좋아져
경동시장 상생스토어에 개설… 상인들도 “젊은 손님 온다” 환영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 있는 공동육아 나눔터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동화 구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5월에 문을 연 이곳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 있는 공동육아 나눔터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동화 구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5월에 문을 연 이곳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한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안에 있는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이곳에는 5월에 문을 연 공동육아나눔터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와 도서관이 있는 곳이다. 동화구연 등 강연 프로그램도 열린다.

최근 이곳을 찾았을 때 엄마 7명과 아이 8명이 함께 동화구연과 종이접기가 결합된 강연에 열중하고 있었다. 강사의 설명에 따라 힘껏 동물 울음소리를 내는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더 크게 웃었다. 강연이 끝나자 엄마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림책을 보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에서 파는 물건은 판매하지 않는 식으로 전통시장과의 공생을 꾀한 매장이다. 전통시장으로서는 가성비가 높은 이마트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 상품을 사기 위해 고객이 더 많이 오기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전국에 6개 상생스토어가 있고 서울에서는 경동시장이 유일하다. 스토어마다 ‘희망놀이터’라는 놀이공간이 있는데 동대문구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곳을 공동육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하는 상생공간에서 상생 육아가 이뤄지는 셈이다.

경동시장을 운영하는 서형원 경동시장주식회사 사장은 “오래된 시장에 젊은 손님들을 모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브랜드 매장과 공동육아나눔터 모두 상인들의 반대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활력이 돈다며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가 혼자 아이를 돌보는 것에 비해 공동육아는 여러 장점이 있다. 먼저 부모가 자리를 비울 때 아이를 맡기는 게 용이하다. 그림그리기, 동화구연 등 부모들이 각자의 특기를 발휘해 육아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사교성을 기르기에도 좋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공동육아는 이득이다. 네 살배기 딸을 기르는 권미성 씨(35·여)는 최근 공동육아를 하며 알게 된 다른 엄마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병원을 퇴원할 때 동행하며 이것저것 챙겨준 것이다. 육아라는 공동 주제로 모인 이들은 서로 처지를 잘 이해하고 활발하게 정보 교류도 한다. 권 씨는 “육아가 힘들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부모들이 함께 고민하며 협력하는 것이 내 아이에게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다른 부모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박물관 방문, 심리상담 등 여러 활동을 하는 품앗이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동대문구 등 여러 자치구가 품앗이 모임 1회당 1만∼3만 원의 지원금을 주며 장려한다.

권 씨는 다문화가정과 함께 상대 문화를 배우는 활동도 계획 중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건강가정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합쳐진 곳이 늘면서 다문화 관련 활동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동대문구 육아나눔터에서는 아이들이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어보는 행사가 열렸고 결혼이주여성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편 서울시는 초등학교 방과후 보육 공백을 메워줄 ‘우리동네키움센터’ 4곳(노원 도봉 마포 성북구)이 처음 문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초등 돌봄교실이 평소 오후 5시에 끝나고 방학에는 오후 1시면 끝나는 점, 지역아동센터는 사실상 저소득층만 이용한다는 점에서 발생하는 보육 틈새를 메우기 위해 우리동네키움센터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육아 품앗이#서울 공동육아나눔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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