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현장서 보니 현실 벽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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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수 교육부 심의위원장의 소회
한달간 메일 1000여통 보며 고심… 임용시험 근간-공정성 유지로 결론
상처 받은 분들 생각에 가슴 먹먹
비정규직 숨은 차별 개선에 중점… 영어강사 계약 연장시 평가 간소화

“그동안 메일 1000여 통에 담긴 비정규직의 사연을 읽었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숨은 차별이 정말 많더군요.”

지난 한 달간 첨예한 갈등 속에서 교육부문 비정규직 전환 기준을 마련해 온 류장수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위원장(부경대 경제학부 교수·56·사진)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교육부는 11일 비정규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와 영어회화·스포츠 강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류 교수는 한 영어회화 강사의 이메일을 언급하며 “이번 결정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을 분들인데…”라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없어 가슴이 먹먹했다”고 했다. 이메일에는 ‘비록 결과는 아팠지만 원도 한도 없습니다. 상처를 딛고 좀 더 성장하는 자신이 될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류 교수는 “(노동경제학자로서) 밖에서 볼 때는 ‘방법을 찾아보자’ 했다. 하지만 안에서 들여다보니 현실적인 벽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경제학자로선 드물게 ‘노동’을 전공한 그는 꾸준히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왔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늘면서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개인은 삶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악순환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류 교수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를 맡는 동안 당사자들과 수없이 전화 통화를 하며 이야기를 들을수록 고심이 더 깊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임용시험을 흔들면 혼란이 걷잡을 수 없어지는 데다 교사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인 만큼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제외에 대한 심의위원 간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선 이번 결정이 향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류 교수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이 발표됐지만 부처마다 기관마다 각각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모든 정책이 현장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쟁점이 된 직종은 최대 4년간 일할 수 있는 영어회화 전문 강사였다. 당장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없는 대신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방법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 영어 강사들은 매년 계약할 때마다 같은 학교에 재고용되더라도 동료 교사나 다른 영어 강사, 학부모들 앞에서 수업 시연을 해야 한다. 류 교수는 “이런 시연이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인간적 처사라고 느끼는 강사들이 많아 계약 연장 시 평가를 간소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비정규직이 그토록 정규직이 되려 하는지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류장수 교육부 심의위원장#비정규직#임용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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