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에 억울한 몰매 맞을수도 있는 사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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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제동 걸린 문명고 교장, 학교 홈피에 ‘민주주의의 실종’ 글

“시위를 하면 법에 따라 교장이 이미 결정한 정책도 폐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어디에 근거하는지 의문이다.”

전국에서 유일한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인 경북 경산시 문명고의 김태동 교장은 ‘민주주의의 실종’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연구학교 신청 전후로 벌어진 외부 세력의 개입을 이같이 비판했다. 김 교장은 대구지방법원이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17일 이 글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렸다.

김 교장은 “사람들이 몰려와 손가락질하면 감옥으로 보내 버리고, 불쌍하다고 항의하면 내보내 준다면 이것을 무법천지라고 한다”며 “우리 중에 누가 군중의 몰매를 맞아 억울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사회가 될까 불안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현재 상황을 2500년 전 아테네 시대로 비유했다. 김 교장은 “대한민국은 지금 광장에 모여 시민 전체가 직접 정치를 하던 아테네 시대로 돌아간 듯하다”며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국회 위에서 법을 만들거나 판결까지 하려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교장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구지법의 결정에 대해 “결정은 따라야 하겠지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일단 받아들이고 실질적인 판단(연구학교 지정 취소 소송)은 다음 정부로 넘기려는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명고는 당초 20일부터 국정 교과서로 수업을 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 교장은 “국정 교과서 수업을 위해 새로 채용한 기간제 역사 교사를 통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수학습 방법 등을 선행 연구하도록 하고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는 동아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김 교장은 “교과서를 나눠주면 교육부에 반송하거나 태워 버린다는 등의 말을 하는 일부 학부모가 있어 수업에 사용되기 전까지는 나눠주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유분은 도서관에 비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정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사용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교장은 “보조교재로 쓰려면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지금은 동의를 받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명고 법인인 문명교육재단 홍택정 이사장은 “법원의 판단이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아 불만이 있지만 법원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본안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연구학교 운영을 중지하고, 승소하면 다시 연구학교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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